중장년층 코로나백신 접종 속도 팬데믹으로 중단된 공연 속속 재개 나훈아 공연 티켓 20분 만에 매진 김창기-안치환-한영애 등 중견가수 무대에 맞춰 옛 명반 LP도 선보여 “연말 콘서트 시장 더 활성화될 것”
방역 단계 조정과 백신 접종으로 중장년층 콘서트 시장도 하반기에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매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순항 중인 공연이 7월부터 잇따라 열리거나 속개된다. 왼쪽부터 나훈아, 김창기, 한영애, 안치환, 이문세. 예스24·사운드프렌즈·케이문에프앤디 제공
달라진 방역 지침에 따라 7월부터 대형 콘서트(5000석 이하)가 가능해지고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속도를 내면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반기에 60대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40, 50대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이틀간 8000명이 몰린 대규모 음악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26, 27일)의 성료도 청신호다. 기존에 공연 시장을 움직이던 아이돌과 트로트 위주를 탈피한 가요 시장도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29일 입장권 예매 플랫폼 예스24에 따르면 나훈아(74) 콘서트 ‘어게인 테스형 부산 공연’(7월 23∼25일·하루 2회씩 총 6회) 티켓이 20분 만에 모두 동났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2월 팬데믹 악화로 ‘테스형의 징글벨 콘서트’가 취소된 후 반 년 만에 개시된 부산 콘서트다.
중견 가수 김창기, 안치환, 한영애의 콘서트도 8, 9월 열린다. 세 가수의 옛 명반도 LP레코드로 다시 제작해 공연에 맞춰 함께 판매한다. 이른바 ‘사운드프렌즈’ 프로젝트다. 기획자인 박준흠 사운드프렌즈 대표(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과 트로트에 몰린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서 수준 높은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 음악의 지분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장년층 관객의 콘서트 참석이 공연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록의 전설 브루스 스프링스틴(71) 콘서트는 1400석이 매진돼 마스크를 벗은 팬들로 들어찼다. 이 공연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초로 열린 브로드웨이 쇼로 기록됐다.
반면 한국 음악시장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는 진단도 나온다. TV에서 보기 힘든 가수의 콘서트에는 아직 쉽사리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다변화에 대한 희망을 보는 이들도 있다. 박 대표는 “김창기가 속했던 동물원의 음반은 1980, 90년대 수백만 장 팔려 나갔다”면서 “이야기를 접목한 ‘스토리 콘서트’를 기획하고 디자인 상품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해 의미와 실력을 갖춘 현재진행형 베테랑 가수 시장에 불을 지피려 한다”고 말했다. 김학선 음악평론가는 “트로트 열풍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트로트가 아닌 기성세대의 음악 시장이 개척된다면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창임 인터파크 홍보팀 차장은 “통상 한 해의 공연이 몰리는 3, 4분기, 또 연말로 갈수록 올해 콘서트 시장이 활성화되리라 기대한다”면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