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집 출간한 손원평 작가 장편 ‘아몬드’로 스타 작가 반열… 지난해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기도 청년세대 주거 불안 그린 ‘타인…’ 아몬드 외전인 ‘상자 속의…’ 등 개인에서 사회문제로 시야 넓혀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만난 손원평 작가는 “지난해 영화 ‘침입자’ 개봉 때도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인터뷰는 항상 어색하다. 사진 찍히는 건 더 어색해서 어떻게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어느 날 ‘나’는 기묘한 셰어하우스에 입주한다. 전세 입주자인 남성 쾌조씨는 거실 한쪽 구석에 산다. 작은 방엔 각각 청년 남성 희진과 청년 여성 재화가 사는데, 둘은 공용 공간을 청소했는지를 두고 매일 싸운다. 반면 큰방에 혼자 사는 나는 다른 이들과 별도로 화장실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회사에서 잘리고, 서울의 비싼 월세에 시달리던 내게 셰어하우스는 꿈의 집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집주인이 집을 점검한다며 들이닥치면서 입주자 4명은 동분서주하는데…. 단편소설 ‘타인의 집’은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슬픈 세태를 유머 있게 그려낸다.
18일 첫 소설집 ‘타인의 집’(창비)을 출간한 손원평 작가(42)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는 주거 문제 때문에 청년 세대가 분노하는 것을 자주 느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값도 오르는 상황을 보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나도 신혼집을 구하러 다닐 때 ‘왜 우리 집은 없지’라고 한숨을 쉬고 고민했다”며 “있는 현상을 그대로 그려내기만 했는데 소설에 부동산으로 나눠진 계층이 드러났다. 우린 아직 작지만 첨예하게 계급이 나눠진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출간 후 80만 부가 팔리고 미국 프랑스 일본 등 12개국에 수출된 장편소설 ‘아몬드’(창비)로 유명 작가가 됐다. 이번 소설집도 출간된 지 11일 만에 8000부가 팔렸다. 지난해 미스터리 영화 ‘침입자’의 메가폰을 잡는 등 소설과 영화 두 길을 함께 가는 이유를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서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영화 일을 하면서도 매해 신문사 신춘문예에 응모했다가 떨어지기가 부지기수였죠. 소설은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할 수 있어 좋지만, 가끔 사람들과 함께하는 영화가 끌리기도 해요. 소설과 영화 둘 다 제 정체성이죠.”
‘4월의 눈’에서 한 부부는 아기를 유산한 뒤 이혼 위기에 처하고, ‘괴물들’에서 중년 여성은 아이들이 남편을 죽일까 전전긍긍한다. 소설집에 유독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망설이다 답했다.
“출산 뒤 아이를 키우며 복합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행복했지만 내가 처하지 않은 비극적인 상황을 상상하곤 했죠. 그동안 유독 안쪽에 대한 이야기에 천착했지만 이젠 (사회적 문제 등) 바깥에 대한 이야기도 할 겁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