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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맛 석쇠 불고기”… 장 소스 곁들이면 금상첨화 [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

입력 | 2021-06-30 03:00:00


서울 종로구 삼청동 ‘콩두 점점’의 석쇠불고기.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스위스 다보스 포럼, 청와대 국빈만찬 등에서 세계 정상들의 만찬을 기획했던 한식 레스토랑 ‘콩두’가 ‘콩두 점점’을 오픈했습니다. 2002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시작된 콩두의 한윤주 대표는 콩으로 대변되는 우리 문화유산이자 발효 과학인 ‘장(醬)’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인이 즐겨 먹는 한식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콩두는 그간 삼청동을 떠나 경희궁 터 서울역사박물관 내에서, 그리고 인수대비의 집무실 터인 덕수궁 정덕원에서 그 뜻을 펼쳐왔고, 지금은 노후한 건물을 재건축 중입니다. ‘한식을 점점 더 새롭게’를 모토로 삼고 있는 콩두 점점은 다시 삼청동에 자리 잡았습니다.

콩두 점점은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내년에 새롭게 선보일 덕수궁 본점의 작은 버전 정도가 될 듯합니다. 방앗간과 곳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1층은 한식의 바탕이 되는 기본 식재료인 참기름, 들기름을 직접 짜는 방앗간이자 전통식품 명인들이 만든 장과 식초, 천일염 등 식재료, 콩두가 한식에 맞춰 디자인한 소품과 그릇, 주방용품 등을 전시 판매하는 숍입니다. 지하는 연구개발을 위한 공간입니다.

2층은 콩두의 맥을 잇는 그릴 레스토랑으로 그동안 연구개발해 온 장 소스를 이용한 석쇠구이를 선보입니다. 낮은 문턱의 캐주얼한 분위기로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테이크 아웃 서비스도 하고 배달 도시락도 판매합니다. 메뉴는 석쇠 불고기 한 가지입니다. 고기는 우삼겹, 삼겹살, 제육, 오징어, 그리고 채식을 하는 이들을 위한 콩고기, 이렇게 다섯 종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콩두가 힘 기울여온 진장을 사용해 만든 소스에 잘 재워서 석쇠에 구워냅니다. 참숯의 불맛이 살아있는 감칠맛 제대로 나는 고기를 쌈채소에 싸먹습니다. 풍성한 파채 위에 올려진 고기는 맛도 맛이지만 양도 1인분에 200g으로 푸짐합니다. 여기에 흑미밥, 백미밥, 그리고 샐러드 중 하나를 골라 먹으면 됩니다. 탄수화물 섭취에 신경 쓰는 분이라면 샐러드를 택하면 되겠습니다. 한 상에 차려 올라오는 기본 반찬 하나하나에도 내공이 숨어 있습니다. 김치는 한우 양지를 사용해 맛을 낸 평안도식이고, 쌈장은 기벌포 노랑조기로 담근 어쌈장, 장아찌는 2006년산 천일염으로 담근 무와 하늘초를 이용한 것으로 바다 향이 은근하게 올라옵니다. 좋은 음식에 곁들일 술이 빠질 수 없지요. 6년근 홍삼과 소백산 서리태로 담근 막걸리는 마치 미숫가루처럼 은은하게 고소하며 엿기름이 연상되는 단맛은 자연스럽고 절제돼 있어 음식들과 두루 잘 어울립니다.

20년 전 ‘모던코리안 퀴진’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이래 우리 음식의 바탕인 장에 천착해서 세계로 나선 콩두. 한식이 전통을 바탕으로 어디까지 발전해 가고 변화할 수 있을까, K푸드의 프로듀서를 자처하는 콩두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콩두 점점, 고풍스러운 삼청동길 나들이에 들러볼 만한 한식 문화공간입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