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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죽창가’ 부르다 망가져”…조국 “역사의식 경악”

입력 | 2021-06-30 09:52:00

송영길 “일본의 수출규제 2년, 한국인 자부심 다져”
이낙연 “천박한 역사인식…제 눈을 의심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9일 대권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일 관계와 관련해 ‘죽창가’를 언급하며 비판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와 유사한 역사의식에 경악한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 인사들 역시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한일 관계 개선 해법을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지금 한일 관계는 수교 이후 가장 열악해지고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망가졌다”며 “실용주의, 실사구시에 입각해서 해야 하는데 (현 정부가)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죽창가’ 논란의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은 “2019년 7월 13일 죽창가를 올린 사람으로 윤석열 씨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즉각 반응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절정에 이르자 자신의 SNS에 동학농민혁명 및 항일 의병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소개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에게 “귀하는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판결에 동의하는가” “귀하는 일본 정부가 일으킨 경제 전쟁을 문재인 정부 또는 한국 대법원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귀하는 2년간의 한일 무역전쟁 이후 한국 기업의 기술자립화 수준이 높아졌고, 전체적으로 보아 한국이 이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윤석열씨의 역사의식 없는 대선출마 선언을 접하고 다시 올린다”며 ‘죽창가’ 유튜브 영상을 재공유했다.

여권 인사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 “일본의 수출규제 2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다진 2년이었다”며 글을 올렸다. 이는 전날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일본과의 국교수립 이후 50년 넘도록 일본의 경제력을 신화처럼 받들어온 보수언론이나 경제전문가들은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였다. 한국경제가 거덜나는 판에 자존심 타령할 때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우리가 무조건 진다고 호통쳤던 이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치밀한 일본’에 겁부터 집어먹었던 ‘지도층 인사’들보다 일반 국민들의 나라사랑이 더 두드러졌다”며 “이런 마음이 모여 지금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기자 시절 일본 특파원을 지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눈을 의심했다”며 “그 역사인식의 천박함이, 그런 망발을 윤봉길기념관에서 할 수 있는 무감각이 충격적이었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그의 선언문은 국민의 증오를 자극해 뭔가를 얻으려 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그런 정치는 지도자의 정치가 아니다”며 “국가 최고책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품격높고 균형잡힌 식견과 철학을 지녀야 하고, 그래서 국내외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만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 줬다”고 덧붙였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