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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 투입 英장갑차, 소음-진동에 ‘스톱’

입력 | 2021-07-01 03:00:00

대당 100억원… 최강 성능 갖췄지만 시험 탑승 대원 청각마비-관절 통증
야권 “혈세 낭비” 주장하며 특감 추진




영국이 55억 파운드(약 8조6000억 원)를 투입해 개발한 차세대 장갑차 ‘에이잭스(Ajax·사진)’가 현장 배치도 이뤄지기 전에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이동 시 심한 소음과 진동으로 탑승 부대원의 청각 및 관절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MOD)는 지난달 말 에이잭스 운행 시험을 전격 중단했다. 올해 3월 이 장갑차의 시험 작동 당시 탑승 부대원들이 일시적으로 청각이 상실되고 관절에 통증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다. 내부 점검과 보완을 거쳐 지난달 시험 운행을 재개했지만 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방부는 “문제를 바로잡을 때까지 에이잭스 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중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이잭스는 미 방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GD)의 영국 자회사가 제작했다. 첨단 디지털 시스템을 장착해 기존 장갑차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주변을 탐색하고 추적할 수 있다. 대당 가격이 약 100억 원에 달한다. 명칭은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이아스’의 이름을 땄다.

제1야당 노동당의 존 힐리 대변인은 막대한 돈을 들인 최신 무기의 안전이 문제라는 점을 용납할 수 없다며 “혈세만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2014년 영국 정부와 GD의 계약 당시부터 장갑차 설계 자체의 결함이 묵인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아예 “에이잭스 도입 과정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