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 공군참모총장에 박인호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내정해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임명을 보류했다가 다시 하루 만에 임명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기로 예고된 지난달 29일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임명 절차를 유보했다. 하지만 군 수뇌부 인사의 이례적 보류 사태를 두고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어제 “검증이 완료됐다”며 오늘 열리는 임시국무회의에 박 내정자 임명안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새 공군총장은 전임 총장이 여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24일 만에 발표됐다. 어느 때보다 엄격한 검증이 요구됐고, 그럴 만한 시간도 충분했다. 그런데 임명 보류 이유가 박 내정자의 공군사관학교 교장 재임 시절 성(性)군기 위반사건 등을 미흡하게 처리했다는 제보 때문이라고 한다. 최우선으로 점검해야 할 사안조차 소홀히 했다가 화들짝 놀라 예고된 임명조차 미루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
이 정부의 인사 난맥상은 새삼 놀랄 일도 아닌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불과 며칠 전 사임한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걸러내지 못했거나 별것 아니라며 눈감았던 청와대다. 여당에서까지 김외숙 인사수석비서관 등 인사라인 경질론이 나왔지만 그냥 넘어갔다. 청와대는 어제도 “지적과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니 이번엔 그나마 임명 전에 추가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