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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급은 손놓고 ‘경고·부탁’으로 집값 잡으려는 無대책 정부

입력 | 2021-07-01 00:00:00

사진 뉴시스


정부가 잇달아 집값 하락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는 어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대출)가 주택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추격 매수보다는 합리적 판단으로 주택 구입을 결정해 달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2일 금융보고서에서 경고한 집값 하락 가능성을 홍 부총리가 다시 거론한 것이다.

2·4대책 이후 주춤했던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 원을 돌파했고, 전국 기준으로도 5억 원에 다가섰다. 매물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요는 많고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런 문제를 놔둔 채 정부가 경고한다고 집값이 잡힐지는 의문이다.

홍 부총리는 “시장이 투기적 행위에 좌우되는 측면이 너무 크다”고 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유동성이 줄면 집값이 잡힐 것이란 뜻도 내비쳤다. 이는 지나치게 안일한 인식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소득이 늘어난 수요자가 적지 않고, 구매 수요가 젊은 층으로 확산됐고,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특정 지역 수요가 폭발했다.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하면 제대로 된 대응도 할 수 없다.

4월 미국 집값은 3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고,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한적한 교외주택 사재기가 벌어지고, 코로나 특수를 누린 사람들의 신규 수요가 많다고 한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건축비도 올랐다. 수요층 확대와 지역 쏠림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유동성 관리와 함께 지역별 계층별 수급 대책이 필요한 때다.

현 정부 들어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계속 줄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공급 부족을 시인했지만 대책은 표류하고 있다. 주민과 협의 없이 덜컥 내놓은 공급대책은 반대에 부딪혀 있고, 택지지구 공급은 LH 사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한다. 셋집 사는 서민들은 당장 갈 곳이 없는데 얼마나 더 기다리란 말인가.

신축 공급은 주는데 매물은 잠기고 있다. 거래 세금을 피해 그냥 눌러살고, 매매 대신 증여로 돌아서고, 규제 탓에 임대도 꺼리는 실정이다. 시장 수요와 공급을 외면한 채 경고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중장기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물론 당장 시장에서 거래의 숨통을 틀 수 있도록 규제 일변도의 대책을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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