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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의 100세 건강]“재산보다 달리기 유산… 며느리와 사위도 함께 뛰어요”

입력 | 2021-07-01 03:00:00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질주하고 있다.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한 조 회장은 2006년 계족산 14.5km 임도에 2만 t의 황토를 깔아 매년 2000t을 추가로 뿌리며 관리해 맨발 걷기 및 달리기 명소로 만들었다. 대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2)은 형들의 영향을 받아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해 21년째 달리고 있다. 그는 “살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이란 한 가지 운동을 꾸준하게 해 온 것”이라며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도’하고 있다.

조 회장은 대전 계족산에서는 ‘대통령’으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 2004년 ㈜선양주조를 인수한 뒤 2006년부터 계족산 14.5km 임도에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걷고 달릴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첫해 2만여 t, 이후 매년 2000여 t을 추가로 뿌리고 관리해 이젠 연간 100만 명이 넘게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2006년 초 대전을 방문한 지인들과 계족산을 걷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운동화를 벗어주고 맨발로 걸으며 맨발걷기의 효능을 체험했다.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불면증이 있었는데 숙면을 했고 머리도 맑아졌다. 그때부터 맨발로 걸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맨발로 걷게 하기 위해 황토를 깔았다.”

연간 황톳길 유지비용은 10억 원. 조 회장은 “시민들이 즐겁게 걸으며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해부터 매년 5월 계족산을 맨발로 걷거나 달리는 마사이마라톤대회도 만들었다. 2011년부터는 문화예술까지 어우러진 계족산 맨발축제로 발전됐다. 자연 속에서 몸(맨발)과 마음(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치유하는 체험형 에코힐링 축제다. 맨발 걷기 혹은 달리기는 지압 및 접지(接地·Earthing) 효과가 있어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조 회장은 2016년부터 1월 1일 오전 11시 11분 11초에 맨몸으로 대전 갑천변을 7km 달리는 대전맨몸마라톤도 개최하고 있다.

조 회장은 자신을 마라톤의 길로 인도한 둘째형 경래 씨(79), 셋째형 갑래 씨(74)와 지금도 함께 달리고 있으며 아내와 딸, 아들은 물론이고 사위, 며느리까지도 달리게 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예비사위가 찾아와 딸하고 결혼하겠다고 하자 하프코스를 달려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그해 9월 2일 예비사위가 나와 하프코스를 완주했고 9월 29일 결혼했다”고 말했다. 올 11월 아들과 결혼할 예비며느리도 10km는 완주해야 한다. 조 회장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한 가지 운동을 평생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훨씬 의미가 있다. 다행히 아내와 우리 아이들 모두 즐겁게 함께 달려줘 너무 고맙다”고 했다.

맥키스컴퍼니에서는 정식 사원이 되려면 10km를 완주해야 한다. 조 회장은 2005년부터 일명 면수습 마라톤대회를 만들었다. 수습을 떼는 사원과 기존 선배 사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10km를 달리는 행사다. 완주한 수습사원에게 사령장을 준다. 지금까지 완주 못한 사원은 없었다.

이렇게 마라톤을 강조하는 이유는 준비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조 회장은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했다. 10km, 하프, 풀 어느 코스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완주를 못 한다. 그 준비 과정에서 심신이 건강해지고 활기찬 에너지를 얻는다. 인생도 준비 안 하면 힘들다. 또 마라톤은 소통이다. 함께 달리면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회사 임원들과 함께 울릉도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풀코스를 달렸다. 풀코스 80번째 완주다. 매주 토요일 새벽엔 임직원들과 계족산에서 함께 달린다. 일요일 새벽에도 뜻이 있는 직원들은 함께 달린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뜻깊은 기부도 하고 있다. 1km를 달릴 때마다 1만 원을 적립해 대전 충청지역 중증장애인시설에 체중계를 보내준다. 그는 “마라톤은 신이 내려준 최고의 보약이다. 난 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장애로 달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중증장애인은 한 달에 두세 번 체중을 체크해야 하는데 휠체어를 타고 잴 수 있는 전문 체중계가 없으면 힘들다는 한 시설 원장의 편지를 받고 기부를 시작했다. 체중계 하나에 152만 원. 조 회장은 한 달 평균 150km 이상을 달리고 있어 매월 하나씩 기부하고 있다. 5월에만 237km를 달렸다. 조 회장은 “마라톤으로 심신이 건강하니 사업도 잘하고 있다. 마라톤으로 얻은 혜택, 남들에게도 계속 전하겠다”고 며 웃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