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구특교·경제부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갔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리는 에너지정책 전담 차관을 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를 통과한 뒤에 고무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산업부는 국회의원들 덕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어 3명의 차관급을 둔 ‘공룡 부처’로 커지게 됐다. 수소경제, 탄소중립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일도 맡게 됐으니 산업부 공무원들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있다.
벌써 신설 조직을 둘러싼 신경전도 시작됐다. 산업부는 에너지 차관 밑에 실 단위 조직을 신설하고 국장과 과장 등 인력 100여 명을 증원하길 원하는데 행정안전부는 “지금도 실장급 인원이 타 부처보다 많다”며 난색이다. 수소경제를 육성하는 ‘수소국’과 탄소중립 정책의 기반인 전력 분야를 담당하는 ‘전력국’ 등이 새로 생기고 국장 자리는 2곳, 과장 자리는 5곳 내외가 생길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탄소중립’이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차관을 두고 조직을 늘리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에너지 정책만 밀어붙이다간 다음 정권에서 개혁의 심판대에 올라갈 수 있다. 산업부가 이왕 몸집을 불릴 거면 정책을 중립적으로 점검하고 균형감 있는 정책을 마련할 외부 전문가들을 대거 수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이유다.
산업부가 ‘반 박자 느린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 때처럼 처신한다면 몸집만 크고 행동은 느린 ‘공룡 부처’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권 말에 차관 신설이라는 큰 상을 받은 산업부 공무원들은 ‘샴페인’을 따기 전에 불어난 몸집에 걸맞은 책임의 무게부터 느껴야 한다.
세종=구특교 경제부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