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리두기 완화 유예에 혼란 6개월 미뤘던 집들이 또 미뤄 “확진자 늘어 어쩔 수 없겠지만 서둘러 정하고 금방 철회해서야” “이번 주말 6인모임 3건 예약, 숨통 트이나 싶었는데 또 벽에” 일부 자영업자는 실망 넘어 분노
사회적 거리두가 완화를 하루 앞두고 연장 일부 지역에서 재연장 방침이 나온 30일 부천의 한 헬스 클럽에서 정상영업 안내문을 제거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지난해부터 신혼 집들이를 못 했거든요. 드디어 이번 주말 약속을 잡았는데, 다시 미뤄야겠네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 씨(30)는 지난해 말 결혼한 뒤 한 번도 집들이를 못 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풀리기를 기다리다 6개월이 넘어버렸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정부가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을 발표하자 윤 씨 부부는 기대에 부풀었다. 당장 3일 집으로 고교 동창들을 초대하고, 음식 재료도 왕창 사뒀다. 하지만 6월 30일 서울시와 경기도 등이 재개편안 적용을 일주일 미루며 모든 게 무산됐다.
윤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된다니 어쩔 수 없단 생각은 든다. 하지만 열흘도 안 돼 금방 철회할 거면 왜 그리 서둘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오락가락하는 정책 혼란만 초래”
1일부터 적용 예정이던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하루 전날 전격 연기되자 시민들은 당혹스럽단 반응이 컸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은 4명에서 6명으로 늘고, 음식점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도 오후 10시에서 밤 12시로 연장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 29일 기준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75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며 개편안 시행이 미뤄졌다.
개편안에 맞춰 7월 모임을 잡았던 이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대학원생 황모 씨(25)는 “친구 생일파티를 하려고 6명이 주점을 예약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다시 날짜 잡기도 어려워 그냥 제비뽑기로 2명을 빼기로 했다”며 답답해했다. 대학생 이모 씨(23)도 “지난해부터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스터디를 해왔는데 한 번도 모이질 못했다. 1일에 드디어 대면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취소했다”며 아쉬워했다.
피트니스센터나 필라테스학원 등의 영업이 밤 12시까지 연장돼 여유 있게 운동을 즐기려 했던 시민들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직장인 박모 씨(30)는 “7월 초부터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야간 PT(개인 교습)를 예약했는데 취소해야 할 것 같다. 퇴근 뒤 가려면 오후 10시밖에 시간이 안 돼 기대가 컸는데 속상하다”고 했다. 30일 수도권 운동시설에는 “미리 예약했던 야간 강습을 취소하면 환불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 “손님 맞으려 준비한 음식들 모두 버릴 판”
“지금까지 받은 7월 초 예약은 절반이 5명 이상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일이 전화해 예약 취소해야 한다고 안내해야 할까요.”
서울 마포구에서 ‘파티 룸’을 운영하는 강모 씨(35)는 30일 눈앞이 캄캄했다. 이달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풀리게 되자 오랜만에 예약이 늘었는데 상당수가 무산돼 버렸다. 강 씨는 “솔직히 코로나19로 1년 내내 장사다운 장사를 했었겠느냐. 일주일 연기인데 뭔 대수냐고 할 이도 있겠지만, 이제야 숨통이 트이나 싶다가 더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며 물놀이 고객을 받으려던 수도권 숙박업소들도 차질이 생겼다. 경기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 씨는 “7일까지 잡힌 예약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괜히 제한 인원이 초과됐다가 방역당국에 걸리면 큰일”이라며 “본격적으로 여름철 성수기가 시작되는데 올해도 손해만 볼까 봐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영업재개 준비하던 주점 “허탈”… SNS선 “모임 취소”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 도입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의 한 유흥주점이 불을 켜두고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 개편안 도입이 일주일 연기되며 다시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뉴스1
지난해 4월부터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었던 클럽 등 유흥시설 등은 금전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김모 씨(72)는 “1일 영업을 재개하려고 직원 60명을 다 불러 깨끗이 청소하고 준비를 마쳤는데 너무 허탈하다”며 “주문해 뒀던 음식도 다 버리게 생겨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속상해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