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아빠가 화장실에 설치한 차 키 모형의 몰래카메라. 네이트판 갈무리
십년지기 친구의 집에서 샤워를 하던 중 친구의 아버지가 설치한 몰카를 발견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아빠한테 몰카 당했어요’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방에 사는 20대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친구와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친구의 아빠와도 셋이서 자주 놀았다”며 “그분도 저를 수양딸이라고 부르며 정말 딸처럼 예뻐했고, 저도 어버이날과 생신 등을 챙겨드리는 사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차 키가 분명 우리 부모님의 차량과 동일하게 생긴 키였는데 로고도 없고 버튼도 3개밖에 없었다”며 “한번 버튼을 눌러봤더니 장난감처럼 딸깍하고 눌렸다”고 덧붙였다.
의심을 품은 A 씨는 인터넷에 ‘차 키 몰카’를 검색했고 초소형 몰래카메라로 해당 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상품 상세페이지를 따라 A 씨는 차 키를 분리했고, 내부엔 SD카드와 충전 포트가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SD카드만 가지고 나와 노트북으로 확인해보니 몰카가 맞았다”며 “누가 망치로 머리를 때린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A 씨 친구의 아빠 B 씨는 A 씨에게 SD카드의 행방을 물었다고. 이에 A 씨가 왜 SD카드가 화장실에 있던 것인지 물었지만 B 씨는 끝까지 차키가 몰카라고 자백하지 않았다.
현재 A 씨는 B 씨의 자백을 받아내고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A 씨는 “계속 친구 핑계를 대며 한 번만 봐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딸 있는 아버지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아직도 소름 끼쳐서 미칠 것 같다. 반대로 자기 딸이 당해도 용서하라 말할 수 있는지”라며 “제 몸이 나온 몰카가 있어 신고를 하지 말까도 고민했지만 그 사람에게 좋은 것밖에 안되기에 그냥 신고했다”고 했다.
B 씨는 A 씨에게 신고를 미뤄달라며 연락하기도 했다. A 씨는 B 씨가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한 저에게 매달 용돈 30만 원을 주겠다며 저를 회유하려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정말 정교하게 나온 몰카가 많다. 여러분도 조심하시고 의심 가면 바로 신고하길 바란다”며 “내 몸은 내가 지키는 게 맞다. 아무도 못 믿는다”고 당부했다.
해당 사연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은 “대체 저런 몰래카메라가 왜 필요한 건가”, “정말 누구를 믿어야 하나”, “제발 처벌 좀 강화하라”는 등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일부 누리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있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규제·금지 국민 청원’에 동참하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