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톈안먼 망루에 올라 한 연설에서 “외부세력이 우리를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며 “중화민족이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54분간의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21차례나 외쳤다.
중국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뒤 72년간 일당 체제로 중국을 통치해왔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은 장기 집권을 추진하면서 권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엔 홍콩보안법을 제정해 홍콩의 정치·언론을 장악하고, 신장위구르에서 인권을 탄압하는 등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이런 문제를 비판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벌여온 미국을 향한 섬뜩한 경고로 들린다.
또 시 주석이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다짐한 것에는 세계 최강국이 돼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시 주석이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면서 다자주의 준수를 외쳤던 것과 상반된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참여한 일부 개발도상국에 빚더미를 안겨주고, 힘을 앞세운 ‘전랑(戰狼) 외교’를 밀어붙이는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을 내세우며 ‘중국몽(夢)’의 실현을 강조한다. 하지만 먼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중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대만은 무력으로, 홍콩은 완력으로, 주변국은 위력으로 누르겠다는 패권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