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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근혜 탄핵 직후인 2017년, 당시 성남시장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 3위에 그쳤지만 이번엔 더욱 커진 몸집으로 정권 재창출을 향한 두 번째 출사표를 낸 것이다.
이 지사는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 선언문에서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가 처한 위기의 원인을 불공정과 양극화로 규정하고,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300여만 경기도의 현직 행정수장이기도 한 그의 위상은 4년 전 스스로를 ‘변방의 벼룩’ ‘변방의 장수’로 칭했던 시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젠 ‘흙수저 비주류’ 출신으로 기득권에 대한 저항 이미지를 내세우기보다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과거 형수에 대한 욕설 논란과 관련해 그는 어제 “폭언한 것은 사실인데, 참기 어려웠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에게는 감정 통제도 중요한 덕목이란 관점에서 절제력도 입증해야 한다.
그가 전국적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던 데는 특유의 ‘사이다 화법’과 추진력 등이 도움이 됐다. 하지만 동시에 정책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도 커져 왔다. 1000만 원 청년세계여행비 등도 논란이 됐지만, 특히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여당 안에서도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연간 예산은 단기 25조 원, 중기 50조 원, 장기 300조 원에 이른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지사가 이날 밝힌 ‘억강부약’도 인기 영합을 위한 편가르기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여권 내에선 이 지사의 가장 큰 적은 그 자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포퓰리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관건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