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부시 정부서 2차례 국방장관 북한-이란-이라크 ‘악의 축’ 규정 각종 강경책 주도 ‘네오콘의 거두’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설계자’로 불리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지난달 29일 다발골수종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제럴드 포드 정권과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두 차례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의 각종 강경책을 주도하며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의 거두’로 군림했다.
럼즈펠드는 이라크전 개시 당시 “6일 혹은 6주 만에 끝날 것이며 6개월은 아니다”라고 빠른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그가 침공 이유로 제시한 대량살상무기(WMD)는 발견되지 않았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 사망 후 이라크의 고질적인 내부 갈등 등으로 4400명 이상의 미군이 숨지고 8150억 달러(약 937조 원)의 직접 비용이 발생하자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벌어진 미군의 수용자 학대 및 인권침해 비판도 잇따랐다.
2006년 11월 당시 집권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하자 당시 부시 대통령은 문책성으로 그를 경질했다. 럼즈펠드는 2011년 회고록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에서 이라크 전쟁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후세인의 잔혹한 정권을 없애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강한 대북 압박을 통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체제의 전복도 꿈꿨다. 럼즈펠드는 2003년 “미국의 목표는 북한정권의 붕괴여야 하며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는 안 된다”며 당시 부시 정권이 추진하던 북한과의 회담을 강하게 반대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