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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복역 코스비, 3년 만에 돌연 “무죄”

입력 | 2021-07-02 03:00:00

검찰, 증거부족에 “증언하면 불기소”
코스비, ‘여성에 약물’ 인정뒤 기소돼
법원 “검찰이 약속 어겼다”며 석방




성폭력 혐의로 3년째 복역 중이던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4·사진)가 돌연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그가 자신의 일부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는데도 사법 절차상의 문제로 유죄 판결이 뒤집힌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코스비의 성폭력 혐의 유죄 선고를 기각하고 그를 석방했다. 코스비는 2004년 모교인 템플대의 스포츠 행정직원이던 앤드리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2018년 9월 3∼10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해 온 코스비는 항소했으나 패했고 펜실베이니아주 교도소에 수감됐다.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바뀐 것은 “검찰이 코스비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그의 사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브루스 캐스터 주니어 전 몽고메리카운티 지방검사장은 2005년 콘스탄드 사건을 조사한 뒤 코스비를 형사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코스비에게 콘스탄드가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증언한다면 그를 형사 기소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검사장의 약속을 믿은 코스비는 민사 재판에서 자신이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종종 약물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캐스터의 후임자인 케빈 스틸 현 몽고메리카운티 지방검사장은 12년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인 2015년 12월 코스비의 민사 재판 증언 등을 근거로 그를 체포해 성폭력 혐의로 기소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