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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모래바람’… 카타르 가는 길 깜깜하다

입력 | 2021-07-02 03:00:00

벤투호,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UAE-이라크-시리아-레바논과 A조




‘올 댓(All that) 중동.’

한국 축구의 월드컵 참가 역사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모두 중동 팀과 한 조에 속하게 된 것.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역대 전적(9승 9무 13패)에서 밀리는 이란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의 실력자들과 A조에 묶였다. 중동 팀 특유의 ‘침대 축구’는 물론이고 중동과 한국을 오가는 힘든 일정과도 싸워야 한다.

9월 2일 이라크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첫 경기를 치르는 한국은 바로 레바논으로 원정길을 떠난다. 이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고 5일 간격으로 중동에서 경기를 한 뒤 다시 귀국하는 벅찬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현지 기후 적응이 중요해졌다. 또 중동 팀 특유의 거친 플레이와 ‘침대 축구’로 불리는 경기 지연 행위 등에 대한 대책 수립이 절실해졌다.

반면 일본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중국, 베트남 등과 함께 B조로 묶였다. 중국과 베트남은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고 이동 거리도 짧은 편이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이번 조편성에서 한국에 긍정적인 건 이란에 버금가는 강호 사우디아라비아가 B조로 가고 UAE가 들어온 것 딱 하나”라며 “그렇다 해도 쉬어갈 팀이 없는 난감한 조”라고 평가했다.

그 가운데 이란은 한국에 가장 껄끄러운 적수다. 한국은 2011년 아시안컵 8강에서 1-0으로 이란을 꺾은 뒤로 10년간 승리가 없다. 이후 치른 6경기에서 2무 4패를 기록했다. 한 위원은 “이란에는 손흥민에게 견줄 만한 공격수인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과 메흐디 타레미(포르투)가 있다. 아즈문이 19골, 타레미가 23골로 둘이 유럽에서 이번 시즌 42골을 넣었다. 우리에겐 상당한 부담”이라고 경계했다.

최근 중동에서 무기력하게 고전했던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에 비춰볼 때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전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같은 조였던 레바논과는 베이루트에서 열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고, 지난달 13일 고양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2-1로 힘겹게 역전승했다. 다만 내전 중인 시리아의 경우 경기 장소가 제3국으로 변경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조편성 후 아시아축구연맹(AFC)과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약팀이 없는 어려운 조에 속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B조에 속해 한국과 만나지 않는다. 베트남을 사상 첫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이끈 박 감독은 AFC와의 인터뷰에서 “(최약체인) 6번 포트를 배정받았지만 어느 팀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는 게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