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7600만년 前부터 공룡 개체수 급감… 소행성 충돌이 멸종 방아쇠 역할”

입력 | 2021-07-02 03:00:00

영국-캐나다 공동 연구진 분석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이 일어나기 1000만 년 전부터 공룡이 서서히 멸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림은 연구에 사용된 대표적인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 6개 종의 상상도. 브리스틀대 제공


2억3000만 년 전 등장해 오랜 기간 최상위 포식자로서 지구를 지배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 공룡이 멸종한 정확한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6600만 년 전 갑작스럽게 지구로 날아온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삽시간에 전멸했다는 ‘소행설 충돌설’도 유력한 설명 중 하나다. 최근 영국과 캐나다 학자들은 이보다 더 발전된 분석을 내놨다. 소행성 충돌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공룡의 종 다양성이 심각하게 줄어들었고, 소행성 충돌은 멸종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만 했다는 해석이다.

마이클 벤턴 영국 브리스틀대 지구과학부 교수와 필립 커리 캐나다 앨버타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7600만 년 전부터 공룡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공룡이 멸종의 전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지난달 29일자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공룡 뼈와 이빨 화석들이 발굴됐지만, 6600만 년 전 이후로 추정되는 화석은 단 한 점도 없다. 새의 조상으로 불리는 수각류 공룡 화석을 제외하고 육상 공룡 화석 중에서는 6600만 년 전보다 젊은 화석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공룡이 완전히 멸종한 시점이 6600만 년 전이라는 해석에 대해 고생물학자들은 이견이 없다. 다만 이 시기 소행성이 떨어진 충격 등으로 공룡이 한순간 사라졌는지, 아니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멸종이 진행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연구진은 안킬로사우루스과(科), 케라톱스과, 하드로사우루스과의 초식 공룡 3개 과와 드로마에오사우루스과, 트로오돈과, 티라노사우루스과의 육식 공룡 3개 과 등 대표적 육상 공룡에 속하는 공룡 화석 1600점을 분석했다. 이 공룡들은 1억5000만∼6600만 년 전 백악기 전체에 걸쳐 가장 널리 퍼져 있던 육상 공룡이다.

연구진은 신종 출현 빈도인 종 출현율과 기존 종이 사라지는 멸종률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분석 결과 0.2 이하로 유지되던 멸종률은 7600만 년 전 0.5로 치솟았고 6600만 년 전까지 높은 값을 유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종 출현율은 큰 변화 없이 꾸준히 0.3의 일정한 값을 보였다. 연구진이 이를 바탕으로 공룡의 순 다양성 비율을 계산했는데 7600만 년 전을 기점으로 공룡의 종 다양성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커리 교수는 “신종 출현이 기존 종의 멸종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사라지는 종이 급격히 늘었다는 뜻”이라며 “공룡이 소행성 충돌로 갑자기 멸종한 게 아니라 7600만 년 전부터 1000만 년에 걸쳐 서서히 쇠퇴하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공룡의 종 다양성이 떨어진 이유로 지구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꼽았다. 평균 30도를 유지하던 해수면 온도가 7600만∼6600만 년 전 사이에 북대서양은 7도, 저위도 지역도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생물권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초식 공룡의 개체 수도 급감하고 이에 따라 초식 공룡을 잡아먹는 육식 공룡도 줄어드는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벤턴 교수는 “추위에 약한 공룡이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생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초식 공룡의 개체 수 감소는 먹이사슬을 타고 차례대로 영향을 미쳐 결국 육상 공룡의 대멸종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생물의 종 다양성이 떨어지면 기후 변화나 바이러스 침투 같은 환경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는 종이 줄어들고 결국 멸종에 이르기 쉽다”며 “공룡은 종 다양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결정적 한 방에 완전히 멸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