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100년… “대만 독립 분쇄” 美 등 서방 압박에 정면대응 선언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중화민족이 멸시와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면 14억 인민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의 독립 도모를 분쇄하고 대만과의 완전한 통일을 이끌어내는 것이 새 의무”라며 미국이 대만, 홍콩 문제 등에 개입하면 정면 대결을 불사할 뜻을 천명했다. 1월 출범 후 내내 중국을 거세게 압박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일종의 선전포고를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열린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중화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으로 5000년이란 유구한 문명과 역사를 가지고 인류문명 발전에 불멸의 공헌을 했다”며 “누구도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려는 중국의 굳은 결심, 확고한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한 톈안먼 망루 위 연단에 마오와 똑같은 회색 중산복을 입고 등장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란 제2의 100년 목표를 제시했다. 첫 번째 100년 목표였던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한 만큼 이제 국제사회에서 패권국 위치를 굳건히 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날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젠20’ 15대 등 전투기 편대는 광장 위에서 공산당 100년과 7월 1일을 상징하는 ‘100’ ‘71’ 형태의 대형을 선보이며 무력을 과시했다. 중국의 방역 성과를 자랑하듯 7만 명의 군중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행사를 관람했다.
마오 초상 위의 시진핑 “중화 부흥”… 청년들 홍위병식 충성맹세
‘제2의 마오쩌둥’ 자처, 황제 대관식
마오처럼 인민복 입고 톈안먼 올라 65분간 “위대한 부흥” 21차례 외쳐
美향해 “대만-홍콩 간섭 안돼” 경고…마스크 없이 모인 7만명 기립박수
대만 “中 인권침해”… 김정은은 축전
마오쩌둥이 건국 선언했던 그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1일(현지 시간)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점선 안)이 참석자 7만 명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톈안먼 망루는 마오쩌둥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한 곳이어서 시 주석이 노골적으로 자신과 마오를 동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AP 뉴시스
○ 마오처럼 망루 올라 “위대한 중국” 포효
시 주석은 이날 참석 인사 중 유일하게 회색 중산(中山)복을 입었다.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孫文)’이 즐겨 입었고 이름도 그의 호 ‘중산’에서 유래했다. 톈안먼 망루 중앙에 걸린 마오의 대형 초상화 바로 뒤에 마오와 똑같은 차림으로 선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이 제국주의와 패권주의를 이겨냈다.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주창했다. 그는 공산당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화민족을 이끌어 100년이 흐른 지금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며 “쓰라린 희생은 새로운 하늘에서 해와 달을 빛나게 한다”는 마오의 시(詩) ‘샤오산에서’도 인용했다. 이날 인민해방군 의장대도 마오의 유해가 안치된 광장 남쪽의 마오쩌둥기념관 쪽에서 인민혁명 기념탑을 거쳐 시 주석이 있는 톈안먼 망루 쪽으로 행진했다. 시 주석이 마오급 절대 권력자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흰색과 하늘색이 섞인 옷에 붉은 스카프를 두른 10, 20대 수천 명은 시 주석 앞에서 “당에 충성을 맹세한다. 중국을 통일하고 부흥시키자”고 외쳤다. 이들이 오성홍기까지 휘두르자 톈안먼 광장 전체가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시 주석은 “젊은층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시키는 것을 앞장서야 한다”며 “청년들은 이를 자신의 절대 임무로 삼으라. 중국인의 기개와 저력을 증강시켜 당과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 ‘대만 통일’에 7만 명 기립박수
광장에 운집한 7만 명의 군중은 이날 시 주석의 연설 중 대만 통일과 외세 개입 반대를 강조할 때 가장 환호했다. 이들은 시 주석이 “대만 통일을 추진하고 홍콩 등 특별행정구에서는 중국의 전면적인 통치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하자 기립박수를 보냈다.시 주석은 또한 “공산당을 중국 인민과 분리하고 대립시키려는 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9500만 중국 공산당원과 14억 중국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자신을 ‘대통령(president)’ 대신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부르며 공산당과 중국인을 구별해 대응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날 기념식에 참가한 군중은 1951년 베이징 선농단 체육관에서 열린 공산당 30주년 기념식(4만 명)을 넘어서는 최대 인파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만 입장이 허용됐고 거의 모든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중국 내부와 국제사회를 향해 코로나19를 이겨냈음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행사 개막을 선언하자 국가(國歌)인 인민해방군가를 합창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 등 최고지도부가 대거 참석했지만 건강 이상설이 나도는 장쩌민(江澤民·95) 전 주석은 없었다.
기념식에 앞서 최첨단 ‘젠(J)-20’ 스텔스 전투기 등이 참가한 화려한 에어쇼도 등장했다. J-20 전투기 15대는 3개 편대를 이뤄 광장 상공을 날았다. 또 헬리콥터 29대가 10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100’을, J-10 전투기 10대는 7월 1일을 가리키는 ‘71’ 모양을 만들었다.
○ 대만-日 “우려” vs 북-러 “지지”
대만은 시 주석의 노골적 통일 언급에 거세게 반발했다.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일당독재 체제하에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대만 민의를 존중하라”며 ‘하나의 중국’은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며 2300만 대만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 역시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 등 국제사회의 보편 가치는 중국을 포함해 어느 국가에서든 보장돼야 한다.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들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일본 영해에 잇달아 침입하는 것도 유감”이라고 가세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축전과 화환을 보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적대 세력들의 악랄한 비방 중상과 압박은 단말마적인 발악”이라며 “새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중국 인민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 조선(북한) 노동당은 중국 공산당과 굳게 단결해 시대의 요구에 맞게 조중(북-중) 친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성명을 통해 “중국이 국제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