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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가족에 폭언한건 사실… 부족함 용서 바란다” 울먹

입력 | 2021-07-02 03:00:00

출마 선언후 무명용사 묘역 참배
“세상은 민초들 노력으로 만들어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공식 행보를 시작한 1일 이른바 ‘형수 욕설 논란’ 문제에 대해 “모두 다 팩트(사실)”라며 “제 부족함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 행사 후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제가 우리 가족에게 폭언한 것은 사실”이라며 “7남매에게 인생을 바친 어머니인데 저희 형님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어머니에게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고, 심지어 어머니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져 제가 참기 어려워 그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눈시울을 붉히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이제 세월도 10년 정도 지났고 저도 많이 성숙했다”며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형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참혹한 현장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출마 선언과 함께 자신의 최대 리스크인 도덕성 논란을 해명과 사죄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갈등의 원인은 가족들의 시정 개입을 막다가 생긴 것이라 국민들께서 그런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출마 선언을 마친 직후 첫 행보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무명용사 묘역에 참배했다. 전직 대통령 묘역은 찾지 않았다. 이 지사는 참배 후 취재진과 만나 “세상은 이름 없는 민초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며 “그분들이 이 나라를 지키셨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엔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했다. 그는 먼저 경북유교문화회관을 찾았고, 이 자리에는 지역 유림 인사와 초등학교 시절 은사, 부친(작고)의 친구 등도 참석했다. 그는 유림서원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 한때 군사 독재정권이 지배 전략으로 영호남을 분할해 차별했을 때 어쩌면 상대적으로 영남이 혜택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세상도, 정치 구조도 바뀌었다”며 “오히려 영남지역이 역차별받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을 포함한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지사는 안동 출신 항일 시인 이육사를 기리는 문학관에 들러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美)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안동=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