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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억강부약… 함께 잘사는 세상 만들 것”

입력 | 2021-07-02 03:00:00

SNS 동영상으로 대선출마 선언
“불공정-양극화가 국가위기 원인…강자 절제시키고 약자 보듬을 것”
복지확충 더불어 경제부흥 강조…野 “권력쟁취 위한 눈속임 아니길”



여권 지지도 1위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14분 11초 분량의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이 영상을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인 오전 7시 반에 공개했다. 대선 주자 중 이 지사만 유일하게 영상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슬로건은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로 내걸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이 지사까지 출마 선언과 함께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내년 3월 대선을 향한 후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출마 선언 영상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현직 도지사 신분인 점을 고려해 비대면 출사표를 낸 것. 이 지사는 14분 11초 분량의 영상에서 “오늘 대한민국 위기의 원인은 불공정과 양극화”라며 “공정성 확보,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 복지 확충에 더해 경제적 기본권이 보장돼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이 지사는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의 정치”를 강조했다. 스스로 “흙수저 비주류”라고 표현한 이 지사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조치를 통해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이 지사는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것은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 지사는 ‘성장’을 위한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대전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대전환의 위기를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즉시 시작하고, 국가재정력을 확충해 보편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경제부흥정책의 세부 방향으로 규제 합리화,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 등을 꼽았다.

여권 주자들 사이에 불붙은 ‘개혁 경쟁’과 관련해 이 지사는 “실용적 민생개혁에 집중해 곳곳에서 작더라도 삶을 체감적으로 바꿔 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이어 가면서도 검찰개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 여권 관계자는 “중도층의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진정 약자를 돕는 삶을 실천해 왔는지 묻고 싶다. 오늘의 구호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달콤한 눈속임이 아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강력한 경제부흥책 즉시 시작… 약자의 삶 보듬겠다”
‘지속적 공정성장’ 대선 출사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참배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박찬대 김남국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투자 기회 확대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지속적 공정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영상으로 공개한 대선 공식 출마 선언문에서 ‘성장’과 ‘공정’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대대적 인프라 확충과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을 성장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강조해 왔던 공정의 가치에, 보수 진영이 중시해 온 성장까지 더해 중도층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약자의 삶을 보듬겠다”며 진보 진영에 대한 구애도 잊지 않았다.

○ “공정해야 성장이 가능하다”
약 15분 분량의 영상에서 이 지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운을 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만 아니라 청년세대의 절망, 불공정·불평등과 양극화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이 이 지사의 진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지사는 “공정성 확보가 희망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며 “기회는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의 결과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여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규제 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 정책 등에서 정부가 앞장서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국가 경제 규모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문에서 ‘공정’을 13차례, ‘성장’을 11차례 언급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성장과 관련한 부분이었다”며 “경제를 성장 시켜 전체 ‘파이’를 늘려야만 기본소득도 가능하고 기본대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규제 혁신, 인프라 확충 등 적극적인 민간 기업 지원을 통해 성장의 과실이 전 국민에게 돌아가고, 자연스럽게 이 지사의 핵심 정책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도입해서 부족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고,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적정한 분양주택 공급, 그리고 충분한 기본주택 공급으로 더 이상 집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사의 기본주택 공약은 취약계층뿐 아니라 소득·자산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택정책 목표를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에서 ‘보편적 주거권 보장’으로 넓히겠다는 취지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 “억강부약의 정치로 대동세상 향해 가야”
이 지사는 또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의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대선 때부터 거침없는 발언으로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온 만큼 기득권 체제를 손보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힌 것.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여당 의원은 “불공정과 불평등을 바로잡는 개혁이 바로 공정이고, 이를 통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 이 지사 집권 구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청년배당, 극저신용대출, 재난기본소득, 계곡 불법 정비 등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의 정책 성과를 하나하나 열거했다. 그는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 동안 공약이행률이 90%가 넘는다”며 “지킬 약속만 하고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고 했다.

반면 이 지사는 적폐청산,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실용적 민생개혁에 집중해 곳곳에서 작더라도 삶을 체감적으로 바꿔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자주 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 중심 균형외교를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강조해온 외교·국방 기조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추상적인 개혁 과제들로 인해 사회적 논란을 불렀던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이 지사의 시선은 경선이 아닌 내년 3월 본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안동=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