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력이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자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서 구충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에선 코로나19 환자들이 넘쳐나 의료기관이 마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 간부들이 이버멕틴(구충제)의 코로나19 효능을 공개적으로 극찬하자 이른바 ‘구충제 러시’ 현상이 일고 있다.
앞서 물도코 인도네시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데이터가 있다”며 “현재 15개국에서 해당 구충제로 코로나19를 치료하고 있는 사실도 파악된다”고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한 푸지아뚜띠 전 장관은 자카르타 병원에 방문했지만, 접수조차 할 수 없자 구충제와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 그리고 비타민을 섭취하면서 자가격리를 했고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인해 현재 인도네시아 약국에선 이버멕틴을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고 SCMP는 전했다.
인도네시아 외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등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필리핀 일부 병원에서는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고, 인도 일부 지역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구충제 투약을 계획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보건부가 구충제의 효능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단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이버멕틴의 효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미결론’(inconclusive)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구충제를 스스로 복용한 뒤 병원에 입원한 사례를 꼽으며 신중한 판단을 권고했다.
한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10만 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5만8000명에 이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