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변호인 재선임에 시간 허비하면 구속기간 만료될 것" 다만 피고인 방어권·변론권 보장하겠다 강조…'퇴정' 요구도 불허
“재판부가 정중하게 묻겠습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변론권과 방어권을 침해했습니까?”
2일 오후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 심리로 배임·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앞서 전날 오후 4시께 이 의원의 소송대리인이 정식 재판을 하루 앞두고 사임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같은 날 이 의원의 변호를 대신할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날 오후 4시에 사임서를 제출해 굉장히 당혹스러웠다”며 “이 사건이 굉장히 중요한 사건인데 공판 준비기일부터 변호인들이 두 차례나 사임했다. 변호사를 사임시킨 것은 피고인의 권리기 때문에 준수하지만, 일단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직접 공판 절차에 관해 설명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여러 차례 만류했으나 변호인이 수사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결국 사임했다”면서 “비록 피고인 신분이지만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주요 증인들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변론권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선변호인을 재선임할 수 있도록 몇 주만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의원의 요구에 반문하는 한편 재판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강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피고인의 변론권과 방어권을 침해했느냐”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재판을 하면 새로운 변호사가 기록을 파악한다며 한 달, 두 달이 지나갈 텐데 그러면 피고인 구속 기간 6개월도 만료된다. 이런 이유로 재판이 정지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냥 재판을 진행하겠다. 나중에 변호인과 피고인에게 변론권을 주겠다”라며 “제 재판 절차에 이의가 있느냐. 제가 부당하게 재판을 하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또 이 의원의 ‘퇴정’ 요구에 대해서도 “허락하지 않겠다”면서 “조서가 남으면 이를 토대로 더 연구하고 검토해서 법정에서 즉석으로 반박하는 것보다 충분한 고려 후에 반박할 수 있어 좋을 것”이라며 증인신문을 그대로 진행했다.
이 의원은 2015년 11월께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약 520만주(시가 544억원 상당)를 그룹 내 특정 계열사에 100억여원에 저가 매도함으로써 계열사들에 439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하거나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 의원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그 계열사의 돈 59억여원을 빼돌려 개인 변호사 비용과 생활비, 딸이 몰던 포르쉐 임차와 관련한 계약금 및 보증금, 딸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개인 변호사 비용과 정치자금 등의 용도로 38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전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