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업체 간 가격차 5000억…'비싸서' 재입찰 꼭 매각하고픈 KDBI, 무리수 두다 스텝 꼬여 노조 "입찰방해·배임죄…국정감사 심판해야"
대우건설 매각 절차에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 간 가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KDBI)에 입찰 방해와 배임죄를 들먹이는 상황이다.
2일 투자은행(IB)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이자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I는 대우건설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 재입찰을 통보했다.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을,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매각가는 약 2조1000억원이었다. 그러나 막판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중흥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대방과의 가격차가 너무 크자 인수 포기라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2년 정도를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건설의 연결실적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5583억원으로 전년보다 53.3% 늘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29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9.7% 급증했다. 해외부실사업장도 정리됐고, 수주 실적도 좋아 현재가 매각 적기로 평가된다.
두 업체의 가격차가 큰 만큼 중흥이 더 비싼 가격을 써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더 높은 가격을 써내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된다면 모르겠지만, DS네트웍스 측이 같은 가격을 제시하고 중흥만 가격을 낮춘다면 산은 측은 더 싸게 팔기 위해 재입찰을 진행한 꼴이 된다.
당장 대우건설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열린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어떤 국가에서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이리도 졸속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며 “산은과 KDBI를 국정감사에서 심판하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입찰가를 높게 써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니,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 특혜매각”이라며 “명백한 입찰방해이자 배임죄에 해당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