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못만나고 돌아가는 김부겸 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뉴시스
“절박합니다. 쇼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이번 한번만 도와주세요. 지금 어디선가 변이가 퍼져나가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되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부들에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3일 예정된 집회 개최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표현 그대로 절박한 호소였지만 돌아온 건 문전박대였다.
● 8분 만에 발길 돌린 국무총리
민노총은 3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서울 광화문광장, 여의도 등 97곳에서 9명씩 총 873명이 참가한다고 신고했지만, 민노총은 1만 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집회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총리가 “집회의 자유만 이야기하실 겁니까”라고 말하자, 이 부위원장은 “안정적으로 집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맞섰다. 김 총리가 취재진 앞에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과 통화하려고 하자, 이 부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무슨 전화를 한다는 거냐”며 반발해 제지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김 총리와 정 청장은 양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오전 11시 6분 자리를 떴다.
● 민노총 “집회 강행”, 경찰 “차벽 설치”
이날 오후 김 총리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지금 수도권 대규모 집회는 코로나19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지금이라도 집회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이날 ‘참가자 방역지침’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집회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방역지침에는 버스 이동 시 발열체크, 명부작성, 실내 음식 섭취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노동계 안팎에선 민노총이 11월 총파업을 앞두고 내부 조직력 결속을 위해 집회를 강행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 협상 등 노정간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정부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3일 광화문광장과 여의도 일대에 차벽을 설치해 집회를 막을 방침이다. 집회 장소로 통하는 도로 곳곳에 검문소 56개를 설치한다. 경찰 관계자는 “민노총이 불법 집회를 강행하면 해산 절차를 추진하고 주최자에 대해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