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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등판 사흘만에 악재…野일각 ‘최재형 대안론’ 움직임도

입력 | 2021-07-02 21:28: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시작한지 사흘만인 2일 장모가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법정구속되자 여야는 대선 구도에 미칠 파장을 계산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윤 전 총장이 “윤 전 총장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라”며 파상공세가 이어졌고,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은 언급을 자제하면서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야권 일각에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안론’을 띄우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 법원 “尹 장모, 건보 가입자 부담 가중”
2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정성균)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 개설과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의료법 위반 및 사기)로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 씨(74)를 재판 개시 7분 만에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설립 자격이 없는 동업자 주모 씨 부부가 영리병원을 개설한 것을 최 씨는 잘 알고 있었다”며 “최 씨가 단순히 투자하는 것을 넘어 의료재단의 설립, 존속, 운영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 씨가 의사 3명에게 환자를 진료하게 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게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22억9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사기)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요양급여 편취금이 환수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켰다. 성실한 국민건강보험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2015년 당시 경기 파주경찰서는 최 씨가 동업자들로부터 ‘병원 운영과 관련해 민·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은 것을 불입건 근거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 등이 최 씨 등을 고발해 재수사가 시작됐고, 이번엔 재판부는 각서를 최 씨가 병원 운영에 관여한 증거라고 봤다. 최 씨 측 손경식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진실을 추가로 규명해 혐의를 다툴 예정”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2일 선고공판이 열리는 경기도 의정부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2021.7.2/뉴스1 © News1

검찰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 처가 수사에 대한 법적 정당성이 일정부분 인정됨에 따라 향후 추가 수사 강도가 더욱 거세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전 총장 일가 사건 6개를 수사 중이다. 최근 관련 수사를 하는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강력2부에는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문혁 박기태 부부장검사와 박기태 부부장검사이 배치됐다.

● 조국 “첫 수사 무혐의, 감찰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대표는 “사퇴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구속 기소할 때 썼던 논리가 경제공동체와 묵시적 동의론”이라며 “자신의 부인과 장모와의 관계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공동체 논리가 적용될 수 있으니 1심 유죄판결에 대한 명확한 언급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윤 전 총장 장모 비리 등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실을 거론하며 “거대한 악의 바벨탑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이 지휘한 검찰 수사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첫 번째 검찰 수사에서 동업자 3명과 달리 장모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는지 면밀히 조사, 감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원이 아니다. 22억9000만 원이다”라며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한민국은 연좌제를 하지 않는 나라며 장모의 혐의가 대선주자에게 영향을 지칠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친족에 대한 문제를 근간으로 해서 정치인의 활동을 제약한단 건 과거 민주당에서도 굉장히 거부했던 개념”이라고 받아쳤다. 이어 “윤 전 총장 입당 자격 요건은 변함 없다”고도 했다.

● 尹 “법적용 예외 없어” 거리두지만…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공세는 야당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고발이 스물 몇 건이고, 자기 처와 장모도 다 걸린 건 자업자득”이라며 “자기가 ‘적폐수사’를 하고 조국을 수사할 때 동생과 5촌 조카, 딸까지 과잉수사 한 것에 대해 ‘나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자기가 극복하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와 동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의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출근하며 사퇴 입장을 밝히고있다. 뉴스1

윤 전 총장은 판결이 나온 뒤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입장만 내놓으며 장모의 사건과는 거리를 뒀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의료재단 설립에 윤 전 총장은 관여하지 않았고,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만큼 대선 행보와 무관하다는 것. 다만 윤 전 총장 측은 “캠프 내부에선 네거티브 이슈 대응에 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