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의 편향된 역사 왜곡 발언이 도를 넘었다. 이번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상 강연에서 “해방 이후 한반도에 들어온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그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김 회장의 대응은 더욱 가관이다. 자신의 명의로 광복회 홈페이지에 ‘한국인 개무시한 맥아더 포고령을 비판해야지, 포고령 내용을 밝힌 김원웅 회장 비난, 납득 안 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올린 것이다. 독립유공자와 후손 등 8300명 회원을 대표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이 정도일까 싶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공개한 맥아더 사령부 포고문을 보면 “북위 38도선 이남을 오늘부터 점령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맞다. 그러나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하고” “점령의 목적이 (일본) 항복문서를 이행하고 그 인간적 종교적 권리를 확보함에 있다”는 문장이 바로 이어진다. 즉, ‘점령’ 또는 ‘점령군’이란 표현은 일본군을 무장해제한 주체로서의 정치 군사적 용어로 봐야 한다. 이런 내용은 뺀 채 미군은 나쁜 군대, 소련군은 좋은 군대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가당치 않다.
6·25전쟁 당시 미군 사망자는 3만3686명에 이르는 등 사상자가 십수만 명이나 된다. 소련군 포고문에 “조선인의 운명은 향후 조선인들이 하기에 달렸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김일성은 이런 소련의 승인과 지원을 등에 업고 남침을 자행했다. 그런데도 미군을 점령군으로 규정하고, 인천상륙작전으로 6·25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맥아더 장군을 폄훼하는 등 반미 주장을 펴는 이유가 대체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