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플랫폼 ‘직방’ 안성우 대표 “중개사들 같은 매물 놓고 경쟁… 거래 성사에 급급, 서비스 뒷전” “VR로 아파트 내부-조망 등 확인… 상담부터 계약까지 온라인으로”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만난 직방의 안성우 대표. ‘중개보수가 아깝지 않은 중개서비스’를 내걸고 아파트 중개시장에 뛰어들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파트를 사거나 전셋집을 구하려면 발품을 파는 건 필수다. 온라인 매물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고, ‘알짜 매물’은 공인중개사 서랍 속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상품을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시대지만 아파트만큼은 예외였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도 못 받는데 중개보수를 많이 낸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안성우 대표(42)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아파트 중개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삼일회계법인과 벤처캐피털인 ‘블루런벤처스’ 등을 거쳐 2011년 직방을 창업했다. ‘직접 찍은 방 사진’을 모토로 최근 10년간 원룸 매물 정보 앱으로 원룸 중개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지난달 23일 그를 만났다.
● “모두가 만족 못 하는 중개시장”
“집주인이 특정 공인중개사에게만 중개를 맡기는 전속 중개가 보편화된 미국에선 공인중개사 노력 여부에 따라 계약이 성사된다. 집주인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공인중개사들이 거래를 성사시키려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반면 국내에서는 중개보수가 해외보다 높지 않지만 서비스 수준이 낮았던 게 문제라는 것. 공인중개사들이 같은 매물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거래를 빨리 성사시키기에 급급하고, 어렵게 구한 ‘알짜 매물’은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꽁꽁 감춘다.
● 아파트 거래도 온라인 쇼핑처럼
직방이 지난달 내놓은 비대면 중개서비스 ‘온택트 파트너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소비자는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3차원(3D) 지도와 가상현실(VR)로 정확한 동·호수와 아파트 내부, 조망, 채광 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상담부터 계약까지 할 수 있다. 원하면 방문도 가능하다.
안 대표는 이를 온라인 쇼핑에 비유했다. 그는 “아내는 아이를 재운 뒤 한밤에 라방(라이브방송)으로 쇼핑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아파트 정보를 얻고 상담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집을 구할 때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 서비스는 직방이 플랫폼만 제공하고 실제 중개는 제휴 공인중개사들이 맡는 구조다. 중개보수는 기존처럼 법정 상한선 이내에서 공인중개사와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그는 “싸고 질 낮은 서비스가 아니라 ‘중개보수가 아깝지 않은 중개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집값 급등으로 늘어난 중개보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는 근본 해법은 중개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중개보수 인하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내 중개보수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 중개업계 반발엔 “중개사도 돕는 서비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반발하는 현상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달 22일 “직방이 영세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공인중개사와 상생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고객 응대가 가능해지면서 중개사들이 고객과의 대면 상담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등 업무 생산성이 올라가고 아직 창업하지 않았거나 상가나 원룸 등 비(非)아파트 공인중개사에겐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직방과 제휴 공인중개사는 중개보수를 절반씩 나눈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중개사고 피해를 직방이 책임지려면 불가피했다는 게 직방의 입장이다. 직방은 중개사고 피해를 100억 원까지 보상하는 보증보험을 가입했다. 대다수 공인중개사가 가입하는 보험의 보장한도(1억 원)를 크게 웃돈다. 그는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계약서에 직방이 공동 날인을 해야 했다”고 배분율에 대해선 “공동 날인한 공인중개사들이 중개보수를 절반씩 나누는 업계 관행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업계에선 직방이 시장을 장악하면 중개보수를 더 가져가거나, 아예 ‘직접 중개’를 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중개시장은 특정 기업이 시장 질서를 바꿀 만큼 지배력을 갖기 어렵다”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실제 직방은 한때 직접 중개나 공인중개사가 없는 직거래 방식을 검토했지만 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평생 소득과 맞먹는 금액의 중요한 거래를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하긴 어렵다고 봤다. 오랜 고민 끝에 기존 공인중개사와 제휴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직방이 지난달 15일 제휴 공인중개사를 모집한 지 1주일 만에 500여 명이 지원했다. 자격증을 따놓고도 개업하지 않은 공인중개사나 비아파트를 다루는 젊은 공인중개사들이 상당수였다. 이들은 직방이 ‘기회’라고 본 셈이다. 직방이 이젠 소비자의 판단을 받을 차례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