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괴물들/알베르토 망겔 지음·김지현 옮김/344쪽·1만7000원·현대문학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 함께 눈물짓거나 기뻐했던 기억,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방대한 독서가로 꼽히는 저자 알베르토 망겔도 그랬다. 망겔은 복수심과 분노로 가득 찬 몬테크리스토 백작, 강직한 자기 확신을 지켜가는 제인 에어를 예로 들며 문학 속 인물은 독자들에게 실존 인물로 여겨지고,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때론 내 옆의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총 37명의 문학 작품 속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다. ‘보바리 부인’의 보바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속 하이디의 할아버지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의 탄생 배경과 이들이 인간의 삶에 던지는 메시지를 성찰한다. 먼 옛날, 머나먼 곳을 배경으로 하지만 소설 속 캐릭터들의 경험 안에는 오늘날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저자는 캐릭터에 내재된 인간 보편의 감정을 이해하기 쉽게 짚어준다.
‘이 캐릭터는 나와 어떤 점이 비슷할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앨리스의 여정에는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이 내포돼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꿈의 추구와 상실, 생존 경쟁, 문제적 가정에서 발생하는 비극 같은 것들 말이다. 초능력으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대명사지만 어렸을 적 부모와 떨어져 농부 부부에게 입양되고, 소시민과 영웅 사이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하는 슈퍼맨의 처지에 묘한 동정심을 느꼈다는 저자의 고백도 흥미롭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