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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출마 사흘만에 악재…장모 구속에 정치권 요동

입력 | 2021-07-03 03:00:00

장모 구속에 정치권 요동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한 지 사흘 만인 2일 장모가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자 여야는 대선 구도에 미칠 파장을 계산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윤 전 총장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라”며 파상공세를 이어갔고,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은 언급을 자제했지만 당혹스러운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야권 일각에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안론’을 띄우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 법원 “尹 장모, 건보 가입자 부담 가중”
2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정성균)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 개설과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의료법 위반 및 사기)로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 씨(75)를 재판 개시 7분 만에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설립 자격이 없는 동업자 주모 씨 부부가 영리병원을 개설한 것을 최 씨는 잘 알고 있었다”며 “최 씨가 단순히 투자하는 것을 넘어 의료재단의 설립, 존속, 운영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 씨가 의사 3명에게 환자를 진료하게 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게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22억9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사기)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요양급여 편취금이 환수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켰다. 성실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2015년 당시 경기 파주경찰서는 최 씨가 동업자들로부터 ‘병원 운영과 관련해 민·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은 것을 불입건 근거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 등이 최 씨 등을 고발해 재수사가 시작됐고, 이번 재판부는 각서를 최 씨가 병원 운영에 관여한 증거라고 봤다. 최 씨 측 손경식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진실을 추가로 규명해 혐의를 다툴 예정”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 처가 수사에 대한 법적 정당성이 일정부분 인정됨에 따라 향후 추가 수사 강도가 더욱 거세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전 총장 일가 사건 6건을 수사 중이다. 최근 관련 수사를 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2부에는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문혁 박기태 부부장검사가 배치됐다.

○ 조국 “10원 아닌 22억, 국민 약탈 장모”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사퇴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구속 기소할 때 썼던 논리가 경제공동체와 묵시적 동의론”이라며 “자신의 부인과 장모와의 관계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공동체 논리가 적용될 수 있으니 1심 유죄 판결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윤 전 총장 장모 비리 등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실을 거론하며 “거대한 악의 바벨탑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이 지휘한 검찰 수사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장모를 무혐의 처분한) 첫 번째 검찰 수사를 면밀히 조사, 감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원이 아니다. 22억9000만 원이다” “국민 약탈 정권? 국민 약탈 장모!” “윤석열 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약탈했다!”고 하는 등 하루 동안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글만 14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한민국은 연좌제를 하지 않는 나라며 장모의 혐의가 대선 주자에게 영향을 미칠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친족에 대한 문제를 근간으로 해서 정치인의 활동을 제약한단 건 과거 민주당에서도 굉장히 거부했던 개념”이라고 받아쳤다. 또 “윤 전 총장 입당 자격 요건은 변함없다”고도 했다.

○ 尹 “법 적용 예외 없어” 거리 두지만…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는 야당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가 ‘적폐수사’를 하고 조국을 수사할 때 동생과 5촌 조카, 딸까지 과잉수사 한 것에 대해 ‘나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자기가 극복하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최 전 감사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의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은 판결이 나온 뒤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입장만 내놓으며 장모 사건과는 거리를 뒀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의료재단 설립에 윤 전 총장은 관여하지 않았고,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만큼 대선 행보와 무관하다는 것. 판결 결과에 불복하며 재판부를 비난하는 방식의 대응도 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에선 “향후 거세질 네거티브 공세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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