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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는데 꽃뱀”…70대의 엇나간 사랑 참혹한 결말

입력 | 2021-07-03 10:55:00

대낮 인천의 한 노래주점에서 50대 자매에게 둔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1명은 중태에 빠트린 A씨. /뉴스1 © News1


“(숨진 언니인 피해자는) 옛날에 사랑했던 사람인데… 돈을 계속해 빌려줬다가 나중에 꽃뱀인 줄 알고 화가 났다.”

인천의 한 노래주점에서 50대 자매에게 둔기를 휘둘러 언니를 숨지게 하고, 동생을 다치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A씨(77)의 말이다.

A씨는 수년 전 인천의 모 주점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B씨(59·여)를 만나게 됐다. 이후 B씨가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 노래주점을 차리자, 이곳을 방문하면서 지속적으로 B씨와 만남을 이어왔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B씨로부터 돈을 요구받으면서. 그는 지난해 9월 B씨로부터 “남편과 이혼을 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200만원을 선뜻 내어줬다.

B씨의 부탁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고 A씨는 모아둔 돈에 카드론 대출까지 받아 그녀에게 돈을 빌려줬다. 그러나 A씨는 처음 돈을 빌려준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았고 지난 2월에는 B씨로부터 3억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다시 받게 된다.

A씨는 그 순간 B씨가 나이 많은 자신을 유혹해 성관계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소위 ‘꽃뱀’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B씨의 노래주점에서 함께 일하는 B씨의 여동생 C씨(56)까지도 싸잡아서 꽃뱀들이라고 생각했다. 화가 난 그는 살인을 결심했고 계획을 세웠다.

A씨는 2월말 인천 동구의 한 상가에서 둔기를 구입했고, B씨에게 “(범행 하루 전인)3월7일 일본에서 (지인들이 찾아와 대접해야 할)손님이 오니, (노래주점에서 대접을 해 매출을 올려주겠다는 취지로)준비하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어 당일에는 자신만 방문해 주점 한 룸에서 술을 마시면서 테이블 아래 준비한 둔기를 숨겨 뒀다.

A씨는 당일 일본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 화를 내는 B씨에게 “일본 손님 방문날은 3월8일 오후 1시”라고 재차 거짓말을 한 뒤, 손님들이 찾아올 것처럼 속여 대낮에 주점으로 B씨를 유인했다.

범행 당일인 8일 낮 12시45분께 그는 B씨와 함께 손님을 맞을 준비하던 C씨에게 담배 1보루를 사오도록 시켰다.

주점에 B씨와 단둘이 남게 된 A씨는 숨겨뒀던 둔기를 찾아들고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B씨를 현장에서 숨지게 했다. 이후 C씨가 담배를 사서 주점으로 돌아오자, 그는 C씨를 B씨가 보이지 않는 주방으로 다시 유인했고, 둔기로 C씨의 머리, 팔 등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하려 했다. C씨가 가까스로 주점 밖으로 도망치면서 추가 살인은 미수에 그쳤다.

C씨는 인근 행인들이 발견해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현장에 출동한 소방과 경찰에 의해 주점 내부에서 숨져 있던 B씨도 발견됐다.

A씨는 현장에서 도주했으나, 범행 1시간 뒤인 오후 2시께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 출국장 택시 승강장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약물이나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정신적 충격 탓에 도주 중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몰린 취재진을 향해 “억울해서 범행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피해를 입은 자매들이 “꽃뱀인 줄 알았다” “돈을 갚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뒤늦은 후회와 반성으로 정상참작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호성호)는 “돈을 갚지 않고 경제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무참히 살해했다”며 “범행이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점,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죄책이 무거움에도 피해회복이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검찰 구형대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낸 상태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