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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중국게임사의 게임이 수백여건에 달하는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는 최근 중국 정부가 내준 단 1건의 외자판호 발급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이번 판호 발급 자체 외에도 앞으로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여전히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이 막혀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게임업계에선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한령’ 끝?…게임업계 “섣부른 기대감 경계해야”
중국에서 판호는 게임, 서적 등 ‘출판물’에 사업 허가를 내주는 일종의 고유번호로, 이 번호가 있어야만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
이번에 판호를 받은 검은사막은 지난해 펄어비스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을 정도로 이용자층이 탄탄한 게임으로 꼽힌다. 검은사막 같이 경쟁력 있는 대작급 게임이 중국에 진출하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아 펄어비스를 비롯한 게임업계의 기대감이 부풀대로 부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넷마블 등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국내 대형 게임사의 경우 검은사막 판호발급을 시작으로 중국시장 진출길이 열릴 수 있다는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마플 퓨처 레볼루션’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넷마블도 기대를 가지고 준비를 더 빠르게 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판호 발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선 이번 판호 발급을 두고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아직 웃기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시장으로, 진출길이 열린다면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판호 확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중국 정부가 ‘게임 심사 체점제’를 시행하면서 외국산 게임들이 더 진출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는 관념 지향, 원조 창작, 제작 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 정도 등 5가지 항목을 채점한 점수를 기준으로 판호를 발급하는 제도로, 3점 이상을 받은 게임만 판호가 발급되며 한 항목이라도 0점을 받게 되면 판호 발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게임이 아니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섣부른 기대감은 경계해야한다”며 “아직 판호발급이 어렵다는 점은 기존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서 돈 쓸어담는 中게임…형평성 개선 필요성 대두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 길이 막힌 사이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산하 게임공작위원회(GPC)가 발표한 ‘2020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국내 게임시장에서 약 1조5000억원을 벌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판호 문제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게임산업의 무역 구조 자체가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반드시 현지 퍼블리싱(배급)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한다. 펄어비스도 중국 내 최대 퍼블리셔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드림스카이(DSKY)가 현지 서비스를 맡는다.
반면 중국 게임사가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때는 이같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들어서 퍼블리싱 회사 없이 중국 개발사가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연령 등급 심사를 받으면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지사설립 없이도 자유롭게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업계에선 국내 게임사들이 자유롭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똑같이 국내 진출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지만, 적어도 급격하게 기울어있는 무역 관계를 일부나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게임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의 대작급 게임과도 경쟁이 되고 있다”며 “(중국 게임사들은)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마케팅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위협적”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도 중국에서 현지 게임사들과 경쟁할 준비가 돼 있는데, 기약없이 막혀 있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