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자 외신들이 영화 속에 비친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 영화는 한국을 불평등이 가장 심한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시아판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각종 지표로 볼 때 비교적 불평등하지 않은데도 한국인이 한국을 ‘헬(Hell·지옥)’로 느끼는 것은 노인 청년 여성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불평등이 객관적 선진국과 체감 선진국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다. 집값 폭등으로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이 남녀평등이나 어린이 삶의 질에서 하위권이라는 국제 통계도 있다. 이런 통계들은 한 가지 질문으로 귀착된다.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반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18∼2020년 국가행복지수에서 조사 대상 149개국 가운데 62위였다. OECD 37개국 중에서는 35위에 그쳤다.
▷선진국은 원래 경제 발전 단계를 나타내는 개념이지만 경제 규모가 크거나 1인당 소득이 높다고 모두 선진국은 아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나 오일 머니로 부를 축적한 중동 국가들은 선진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가 발전해 사회 각 분야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일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은 온 국민의 피와 땀으로 최빈국을 경제 선진국으로 만든 역사를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선진국이란 사실을 국민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