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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소록도에”… 오스트리아 간호사의 편지

입력 | 2021-07-05 03:00:00

“文대통령 유럽 방문때 선물에 감사”
43년 동안 소록도서 헌신했던
간호사 2명 靑에 한글 손편지
“매일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한다”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해 헌신한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리아네 스퇴거 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위 사진)와 ‘소록도의 천사’로 불리는 스퇴거(아래 사진 오른쪽), 마르가리타 피사레크 간호사. 청와대 제공·동아일보DB


“우리 마음은 소록도에 있습니다.”

‘소록도의 천사’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리아네 스퇴거(87), 마르가리타 피사레크(86) 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글로 보낸 손편지를 청와대가 3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이들에게 홍삼과 담요를 선물한 바 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각각 ‘마리안느’, ‘마가렛’으로 불렸다.

청와대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스퇴거 씨는 “값비싼 홍삼과 담요, 사랑스럽게 포장된 선물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소록도는) 1960년대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주었다”면서 “우리 둘 다 그 점에 대해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두 간호사는 20대 때 한국으로 와 약 43년 동안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해 헌신했다. 병뿐 아니라 마음도 어루만져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인들의 생일에는 직접 빵을 구워 나눴고, 환우들을 집에 자주 초대해 ‘큰 할매’ ‘작은 할매’로 불렸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부러진 빗자루에 테이프를 감아 썼다. 옷이 해지면 죽은 이들의 옷을 수선해 입는 검소한 생활을 했다. 2005년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소록도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떠난다. 직접 충분히 설명한다 해도 헤어지는 아픔은 그대로일 것”이라면서 편지만 남기고 조용히 출국했다.

스퇴거 씨는 “(문 대통령이 방문한) 비엔나(빈)에 갈 수도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초청을 정중히 사양했음을 밝힌 것. 두 사람은 한국에 있을 때도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언론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스퇴거 씨는 피사레크 씨가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피사레크 씨는 치매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퇴거 씨는 “우리는 매일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한국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