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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나올 때 쇠창살 톱질”… 신창원 탈옥 뒷얘기

입력 | 2021-07-05 03:00:00

‘부산교도소 50년사’ 통해 공개… 변비 핑계로 식사 조절 20kg 감량
도주 907일간 105차례 절도행각… 신 “흡연 징벌에 수감생활 염증”




907일간 희대의 탈주극을 벌인 신창원(54·수감 중·사진)의 탈옥 과정이 그가 수감됐던 부산교도소를 통해 자세히 공개됐다.

4일 부산교도소가 개청 5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부산교도소 50년사’에 따르면 신창원은 탈옥하기 약 3개월 전부터 변비를 핑계로 식사량을 조절해 80kg 정도였던 몸무게를 60kg까지 뺐다. 교도소 화장실 환기구의 좁은 공간을 통해 탈옥하기 위해서였다. 환기구에 설치된 쇠창살은 몰래 훔친 쇠톱으로 날마다 조금씩 절단했다.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재소자의 심리 안정을 위한 ‘야간 음악방송’ 시간에 작업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탈옥 1개월 전에는 다른 재소자에게 차량 열쇠 없이 승용차의 시동을 거는 방법 등을 묻기도 했다.

신창원은 1997년 1월 20일 새벽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간 뒤 부산교도소 외벽을 넘었다. 이어 교도소 근처에 있던 자전거 1대를 몰래 타고 달아나 한 농가에서 양복과 구두, 흉기를 훔쳤다. 이후 신창원은 오전 6시 택시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천호동으로 향했고 택시 기사를 위협해 차비를 내지 않고 되레 1만 원을 빼앗기도 했다. 그는 수감 전 동거하던 여성을 만나려고 천호동으로 갔지만 만나지 못하자 다시 충남 천안으로 이동해 몸을 숨겼다.

수차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 그는 1999년 7월 16일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붙잡혔다. 신창원의 은신처에 출장을 갔던 가스관 수리공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신창원은 907일 동안 도주 행각을 벌이면서 105회에 걸쳐 9억8000만 원 상당을 훔쳤고, 이 기간 97만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이 책은 신창원의 탈옥 이유에 대해 “무기징역에 대한 절망감으로 난동을 부리고 흡연 때문에 징벌을 받자 교도소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며 “수감 전 만났던 애인을 보고 싶어 했고 자신의 범행을 신고한 사람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