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사찰돕기 나선 불교계 NGO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스님 인터뷰 어머니 마음이 큰 비구니회, 캠페인이 시작되자 후원 잇따라 요즘 같이 고립-파편화된 세상선 이웃의 아픔 공감하도록 도와줘야
경기 수원시 장안구 보현선원의 염화실에서 만난 성관 스님은 “‘이왕 세상에 나왔으니 산 것처럼 살아보자’는 출가 초심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와 전국 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는 지난달 14일부터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사찰 긴급 지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탁발이 어려워진 이웃 불교국가 스님들의 발심출가를 지켜주세요’가 캠페인 슬로건이다. 탁발(托鉢)은 승려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신도들이 보시하는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걸 말한다.
2004년 첫발을 내디딘 로터스월드는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근에 ‘아름다운 세상 캄보디아 어린이 마을’을 건립한 것을 비롯해 미얀마, 라오스에서 아동보육과 보건의료, 지역개발, 직업 훈련 등을 실시해왔다. 성관 스님의 캄보디아 방문 횟수는 77차례나 된다. 지난달 30일 성관 스님이 회주로 있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 보현선원에서 그를 만났다.
―해당 지역 상황은 어떤가.
―사찰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어린이와 노인 등의 상황은 어떤가.
“동남아 사찰은 수십 또는 수백 명의 수행자가 기거하고, 사찰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을 돌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찰에는 탁발 전통 때문에 취사 시설이 없다. 탁발이 끊겨 스님뿐 아니라 어린이와 노인, 병자 등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어떻게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나.
“활동가들이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현지에 머무르거나 2주간의 자가 격리를 하면서 국내외를 오가며 애쓰고 있다. 우리 시설만 지킬 게 아니라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더라.”
―전국 비구니회와는 어떻게 함께 캠페인을 하게 됐나.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얀마 상황이 심각하다.
“미얀마에 학교와 보육 시설, 사회적 기업인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직전에 시설을 양곤 외곽으로 이전해 그나마 다행이다. 불안한 상황이지만 현지 직원들이 원해 두부공장을 계속 가동하고 있다.”
―4월에 2019년까지의 활동을 결산하는 백서를 출간했는데….
“백서를 괜히 만드는가 싶었는데 사진과 서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됐다. 3500여 명의 후원자, 현지인, 활동가들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낸 변화인 것 같다.”
“요즘 세상의 시대적 특성이 서로 고립돼 있는 파편화다. 로터스월드가 해야 할 일은 세상이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공감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그 어려움을 뚫고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인 소회는 어떤가.
“출가 뒤 열심히 산다고 노력했지만 갈팡질팡한 순간이 왜 없겠나? 그런 나를 단단하게 잡아준 게 로터스월드다.”
―전에 만났을 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주제로 여러 얘기를 했는데….
“인류와 미래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여전히 놀랍다. 요즘 뇌를 주제로 다룬 책을 많이 본다. 젊은 시절 만나 같이 늙어가는 30∼40년 신도들이 적지 않다.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건강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 최소 하루 30분 명상하고, 30분 이상 걸으라고 권한다. 아침에 명상하면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이 보여 잘 살 수밖에 없더라. 하하.”
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