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인파
현장에서 만난 안드레스 루비오 씨는 “연휴기간에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으로 여행을 왔다”며 “백신접종을 완료했고 이제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은 완전히 제로(0)”라고 했다. 그는 ‘델타 변이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워싱턴 주민인 알리샤 브라운 씨는 주변의 인파를 가리키며 “이게 우리의 삶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증거”라며 “불꽃놀이까지 볼 수 있게 돼 너무 신난다”며 웃었다.
링컨기념관 앞의 중심부에 쳐진 펜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보안검색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에만 20~30분이 걸릴 정도였다. 행사 때문에 워싱턴으로 진입하는 도로 곳곳이 통제되면서 지하철 이용객도 부쩍 늘었다.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지하철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플랫폼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밀집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칸마다 승객이 1, 2명씩만 있는 ‘유령 지하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뉴욕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인파
●환희 이면에 스멀거리는 불안감
AP Photo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내에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가 여전히 스멀거리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데다 미국인의 30% 이상이 여전히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독립기념일까지 성인의 70%에게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결국 이는 미달됐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1회 접종을 한 미국 성인은 67%로 목표치에서 3%포인트 부족하다. 완전히 접종을 끝낸 성인은 58%로 집계됐다.
AP통신은 “아직도 200여 명이 매일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있고 수천 만 명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며 “임무수행 완료를 선언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CNN방송도 “환희의 이면에는 전염성 높은 델타 변이 감염과 백신 접종 거부자 등으로 미국이 여전히 팬데믹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바이러스와의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AP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매일 코로나19 관련 수치를 브리핑받고 있으며 참모들에게 “델타 변이가 확산될 경우 미국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백악관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포했던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이달 말 시한 만료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전역의 접종 속도는 매주 1백만 도스 분량 수준으로 주춤해진 상태다. 워싱턴 및 20개 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30개 주는 여전히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전체 감염자의 25%에 달한다. 바이든 행정부 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너무 일찍 긴장을 풀었다”며 아직은 대유행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