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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韓銀, 美보다 먼저 금리 올릴수도

입력 | 2021-07-06 03:00:00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서면 2018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정책 금리가 오른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작 시점이 내년, 금리 인상 시점이 2023년 하반기로 거론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셈이다.

2000년 이후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시기는 세 차례로 2005년 10월∼2008년 8월(1차), 2010년 7월∼2011년 6월(2차), 2017년 11월∼2018년 11월(3차)이다. 1, 2차 인상기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경기 과열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3차 인상기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 통화 완화 기조가 장기화된 데 따른 자산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짙었다.

과거 금리 인상기의 정책 파급 경로를 살펴보면 금리 측면에선 예대 금리 등 간접금융의 영향이 컸다. 신용이나 자산 가격 등에 대한 직접적 변화는 미미했다. 환율 측면에선 해외 자본 유입과 함께 원화 강세가 나타났다. 또 기대 물가를 제한했으나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금리 인상 속도와 인상 폭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감내할 수 있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좌우됐다. 1∼3차 인상 시기 모두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장기 금리(국고채 10년)와 통화정책 수준에 좌우되는 단기 금리(국고채 3년) 간의 차이가 20bp(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포인트) 내외에 도달할 때까지 기준금리가 올랐다.

최근 한은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이 나오기 직전 장단기 금리 차는 100bp다. 경기 흐름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세 번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에도 경기 흐름을 반영한 적정 기준금리 수준은 1% 중반을 밑돌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 회복세는 견조하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는 설비투자, 수출의 강한 반등 속에 민간소비까지 회복돼 각각 4%, 3% 안팎의 성장이 전망된다. 양호한 펀더멘털이 뒷받침된다면 금리가 인상돼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가 가격 조정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또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은행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한계 기업과 자영업자의 신용 리스크 재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선진국보다 빠른 금리 인상에 외국인 자금 유입과 함께 원화의 상대적 강세도 이어지겠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제한해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제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인상에도 2012∼2019년 평균(1.3%)을 웃도는 2% 안팎의 물가 오름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