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가로수에 가려진 표지판 확인 위해 속도 줄이거나 후진하는 위험 속출 접속도로-램프는 관리 사각지대… 관리 주체 ‘책임 떠넘기기’ 급급
경남도 내 국도와 고속도로, 지방도와 시군도 등의 가로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도로 표지판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마창대교 연결도로의 가포터널 주변도 마찬가지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안전운전의 길잡이’ 도로변 안전 표지판이 올해도 무성한 가로수에 얼굴을 감췄다. 도로 관리청의 무관심으로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비가 잦아 숲이 짙은 올여름에는 특히 심한 편이다.
고속도로, 국도와 지방도, 시군 도로 대부분 형편은 비슷하다. 도심 가로수도 관리 부실은 마찬가지다. 주요 도로 접속도로와 램프 등은 ‘책임 떠넘기기’ 탓에 사각지대가 된 지 오래다.
3, 4일 둘러본 경남지역 도로들은 관리청이 어디든 상황이 좋지 않았다. 특히 터널 양쪽은 판박이처럼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국도 25호선 창원시 삼정교차로∼토월교차로∼창원대교차로∼남산교차로 구간은 여러 차례 지적이 있었으나 달라지지 않았다. 창원대 뒤 정병터널 주변의 간판은 숲에 가렸고 도로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최근엔 이 도로를 거쳐 창원중앙역세권과 창원시내로 진입하는 차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안전을 위해 정비가 시급하다. 마창대교 인근 가포터널 상황도 마찬가지. 창원터널을 통과하는 창원∼김해 지방도 1020호선 등도 주변 숲 정비 상태가 낙제점이다.
고속도로도 나들목 주변은 사고 예방을 위해 집중 관리가 필요한데도 사정은 더 열악하다. 남해고속도로 진성나들목 입구의 간판을 비롯해 통영대전·구마고속도로의 나들목들도 숲이 짙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일부 운전자는 가로수에 가린 도로 표지판을 확인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제때 진출하지 못해 비상깜빡이를 켜고 후진하는 경우마저 있다. 진주 진양호 주변 도로는 대형 트럭들이 우거진 벚나무를 피해 중앙선마저 침범하기 일쑤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휴게소 안내와 급커브, 교량, 제한속도 등의 표지판은 안전운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순찰을 통해 가로수와 주변 숲을 수시로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도로관리청은 예산, 작업 불편 등을 이유로 가을이 임박해서야 가로수와 조경수 등을 정비한다. 사천시 용현면에서 사천대교를 건너 서포면으로 가는 사천대교로도 매년 늦여름에야 개나리 등을 정리한다. 4개월 이상 숨어 있던 간판들이 뒤늦게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시내 도로도 문제다. 녹지대가 많고 가로수도 크게 자란 창원이 대표적이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등에 가려 일부만 드러나 있다. 횡단보도 주변에선 가로수가 가로등 불빛까지 차단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외지인이나 초행길 운전자에겐 도로 표지판이 매우 중요하다. 가로수 정비를 제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으로는 가로수 생육보다는 안내 표지판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 또 접속도로(램프) 구간에 대한 정비 강화, 가로수와 도로 표지판의 연계 관리, 경찰-지방자치단체의 공동 점검 등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로표지규칙 제10조는 ‘도로 이용자가 잘 읽을 수 있도록 시야가 좋은 곳을 선정해야 하고 곡선구간이나 가로수 등으로 인해 시야에 장애가 되는 곳을 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3조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도로 표지의 설치와 관리 실태를 조사해 개선이 필요하면 도로 관리청에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