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폭염의 원인은 ‘열돔(heat dome)’의 발생에 있다. 열돔은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형 지붕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지표면에 가두는 현상인데, 하강기류가 지상 공기를 누르면서 기온이 오른다. 이런 열돔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기후변화로 인해 약해지면서 더 빈번하고 더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북미를 덮친 폭염은 기후변화가 없다면 수만 년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일이라지만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매년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제 폭염은 예고된 위협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폭염으로 대규모 사망 사태가 닥칠 수 있다는 묵시록 같은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AFP통신이 입수한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서 초안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0.4도 오를 경우 지구 인구의 14%가 5년마다 최소 한 차례 극심한 폭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대도시가 가장 큰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난데없는 소나기가 한바탕 내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햇볕이 쨍쨍 쏟아지는 날씨가 이어지더니 이제 한반도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듯하다. 하지만 이 장마가 끝나고 더운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 갇히기라도 하면 우리나라도 언제든 최악의 폭염에 시달릴 수 있다. 11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다는 2018년 여름의 폭염을 압도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다만 폭염은 코로나19와 달리 충분히 예고된 만큼 철저한 대비로 재앙을 막아야 한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