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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가 꾸린 ‘청년 음악가의 둥지’

입력 | 2021-07-06 03:00:00

부산 금난새뮤직센터 4월 개관
통유리 창으로 시민과 소통 용이
“부산 음악계 발전 이루었으면”



3일 부산 금난새뮤직센터에서 열린 초청연주회. 바이올리니스트 권예은(가운데)과 첼리스트 최아현(오른쪽)이 작품 속의 선율들을 짧게 연주하며 해설을 맡은 지휘자 금난새(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3일 오후 부산 수영구 구락로(옛 망미동)의 복합 문화공간 F1963 내 금난새뮤직센터. 303m²(약 90평) 넓이의 공연장 위쪽 유리벽 너머로 한여름의 짙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할보르센이 편곡한 헨델 ‘파사칼리아’의 주제를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권예은과 첼리스트 최아현이 연주하자 듣고 있던 지휘자 금난새(74)가 다가갔다.

“이 주제 위에서 여러 변주를 펼치게 되는데, 조금 슬픈 부분이 있을까요?”

두 연주자가 우울한 악구를 연주하자 금난새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두 악기가 대화하는군요. ‘어쩌다 돌아가셨지?’ ‘그러게 말이야’ 하는 것 같죠?”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연주자들의 입가에 ‘그렇죠?’라는 듯한 미소가 번졌다. 산책하던 시민들이 유리벽 너머로 연주회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F1963은 고려제강 옛 수영공장 자리에 2016년 탄생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서점과 국제화랑 분관, 현대모터스튜디오, 예술전문도서관과 카페, 야외 산책 공간 등이 있는 이곳에 올해 4월 1일 금난새뮤직센터가 자리 잡았다. 뮤직홀 외 다섯 개의 연습실과 넉넉한 크기의 로비를 갖추고 있다. 동영상 제작을 위한 전문장비도 설치 중이다.

“금난새 선생이 부산에서 성장해 고향의 문화 발전에 큰 의욕을 가진 걸 알고 있었어요. 기업과 예술가 서로가 확인한 소중한 뜻을 담아내고자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문화재단 1963의 위미라 이사장은 “운영 방향은 온전히 금 선생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매달 주말 4회 초청음악회를 열어 독주에서 큰 규모의 실내악까지 다양한 연주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F1963 내 2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모색 중이다.

금난새뮤직센터의 큰 장점은 명료하면서도 균형 잡힌 음향. 금난새 감독은 마이크 없이 나지막하게 얘기를 이어갔지만 작은 한마디도 구석구석 전달됐다. 바이올린을 연주한 권예은은 “소리가 잘 울리고 연주자 자신의 소리가 또렷이 들려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 아람누리홀과 경남 통영 국제음악당 등 좋은 음향으로 유명한 공연장들의 설계에 참여해 온 김남돈 삼선엔지니어링 대표가 음향 컨설턴트를 맡았다. 김 대표는 “공연장 벽면에 유리를 사용하는 것은 음향 면에서 최악의 선택으로 꼽히지만, 예술과 시민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뜻에서 ‘들여다보이는 음악회장’이 됐다”고 말했다. 유리 벽체와 직각을 이루는 짧은 유리면들로 음향의 문제를 해결했다. 아랫부분 벽체엔 각도를 바꾸는 배너를 배치해 잔향을 1.3∼1.7초로 조절할 수 있다.

금난새 감독은 “내 이름으로 된 공간이지만 청년 연주가들의 성장을 위한 둥지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연습부터 연주까지 이뤄 나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부산 음악계의 발전을 이루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발전을 이룬 땅을 문화 발전을 위해 내놓은 뜻이 귀하다. 우리나라 문화계에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