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유발 자궁질환 <1>자궁근종
난임을 유발하는 여성질환이 있다. 임신 계획이 있다면 특히 자궁내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이를 원하지만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것도 출산율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난임의 진단 기준은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혼한 부부 중 약 15% 이상이 난임을 겪고 있다고 한다. 본보는 난임을 유발하는 여성 자궁 질환(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알아본다. 첫 번째 질환으로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에게 자궁근종에 대해 물었다.
자궁근종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임신 전에 발병하면 난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월경과다증, 월경곤란증, 비정상 자궁출혈, 복부종괴, 빈뇨, 방광 등 주변 장기 압박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도 50%나 된다. 특히 산부인과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지 않는 젊은층이나 미혼 여성들은 어느 날 갑자기 만져지는 복부 종괴로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종양이 커져서 배가 나오는 것을 복부비만으로 여겨 오랫동안 방치한 것이다.
원인은 아직 모른다. 다만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임신이 늦거나 하지 않는 여성이 많아진 것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경이 빨라진 것도 이유일 수 있다. 실제로 중학교 3학년 학생에게서 12cm의 자궁근종이 발견된 적이 있다. 10대 환자도 있고 최근에는 20대 초반 환자들도 많다.
자궁근종은 처음에 자궁 안에 생기는 작은 종양으로 만들어진다. 추정하기로는 자궁근육세포의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로인해 만들어진 종양이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크기가 점점 더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자궁의 기능을 망가뜨리며 여성의 가임력을 떨어뜨린다.
근종이 자궁 내강을 누르거나 나팔관을 막으면 임신이 어렵다. 생리통이 심해지고 생리양도 많아져서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과거에 비해서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을 진단받는 환자들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과거에는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마친 뒤 자궁근종을 진단받으면 자궁절제술을 하는 게 근본 치료였다. 그러나 최근 결혼 및 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임기 여성에게서 자궁근종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자궁과 난소의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자궁근종으로 조산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환자들 중에는 안타깝지만 임신 중에 자궁근종으로 아이를 잃고 수술로 근종을 제거한 뒤에 다시 자연임신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자궁근종은 초음파 검사로 비교적 쉽게 진단된다. 임신 계획이 있는 미혼 여성과 기혼 여성은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근종이 빠른 속도로 자라거나 △크기가 커서 다른 장기를 누르거나 △근종으로 인한 출혈이 있는 경우 △난임과 연관성이 의심될 때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 치료는 일시적으로 근종의 크기를 줄여줄 수 있다.
로봇수술은 8mm의 구멍을 3개 정도 뚫어 로봇 팔을 넣어 진행한다. 최소 침습 수술로 10배까지 확대되는 3D 고해상 화면을 통해 병변을 면밀히 보면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을 이용해 수술할 수 있다. 근종을 잘게 잘라 배꼽을 통해 근종을 밖으로 빼낸다. 로봇수술은 손 떨림을 잡아줘 보다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종양을 제거하고 봉합할 때 가장 용이하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로봇수술 도입 전에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시행했다.
미혼 여성이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은 자궁 수술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궁근종이 자궁 내강을 심하게 눌러서 임신이 어렵거나 월경과다인 경우는 난임의 원인이 되므로 수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술 후 자연임신에 성공한 사례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사례를 말하기도 어렵다.
수술을 진행하는 데 자궁근종의 크기 기준은 없다. 보통 월경과다, 난임의 원인, 주변 장기를 압박해 자주 소변을 보는 경우 증상에 따라 수술을 결정하게 된다. 환자 중 절반 이상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근종 크기가 매우 작아서 증상을 못 느낄 수 있지만 증상이 없더라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하이푸는 열로 종양을 태우는 방식이다. 근종이 자궁내막에 가까이 위치한 경우 자궁내막에 열손상을 입힐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자궁근종의 크기가 너무 클 때는 하이푸로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하이푸 치료에 대한 진료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하이푸 시술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하이푸는 이미 출산을 해서 추가로 출산할 계획이 없거나 아예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들이 생리통, 월경과다 등 증상이 있을 때 시행해볼 수 있다.
자궁근종은 가족력이 없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산부인과는 아기를 낳기 위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성인이 되면 가까운 동네 산부인과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기를 권한다. 혹시 질환을 진단받았다고 해도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된다. 산부인과 검진은 여성의 가임력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