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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매각절차 ‘잡음’… 중흥은 “연내 인수 완료”

입력 | 2021-07-07 03:00:00

입찰공고 없이 진행…‘졸속’ 지적
본입찰업체 7일만에 인수가 수정…공적자금 회수 여부도 쟁점
중흥건설 “자금 조달 문제없다”…대우건설 노조 “배임혐의 수사 요구”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이 5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매각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 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본입찰 이후 일주일 만에 인수가를 이례적으로 수정하도록 하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 매각이 적절하게 진행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흥건설은 6일 “대우건설 인수를 연내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우건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향후 매각 절차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날 “(KDB인베스트먼트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감사원 감사청구와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실사 저지와 총파업 등 인수 반대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입찰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통상 기업을 매각할 때 입찰공고와 예비입찰 및 현장실사 등을 거친 뒤 본입찰을 진행한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중도 포기했던 3년 전 매각도 이와 같은 절차를 따랐다.

하지만 이번엔 입찰공고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지분 50.75%)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1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뒤 예비입찰이나 현장실사 등을 생략하고 25일 본입찰에 돌입했다. ‘졸속 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원매자들이 ‘프라이빗 딜(개별 협상)’을 희망했다. (매각 시기를) 실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입찰공고 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본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일주일 만에 인수가를 수정해 사실상 ‘재입찰’을 진행하면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본입찰에는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등으로 구성된 중흥컨소시엄과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시행사 DS네트웍스) 등 2곳이 참여했다. 중흥 측은 당초 2조3000억 원을 인수가로 제시했으나 스카이레이크 측(1조8000억 원)보다 너무 높다고 판단해 2조1000억 원 수준으로 낮췄다. 스카이레이크도 인수가를 수정했으나 결국 중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KDB인베스트먼트 측은 “재입찰은 아니며 가격 수정은 민간 영역에선 흔한 일”이라며 “모든 절차에서 법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KDB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매각 절차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대우건설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도 쟁점이다. KDB산업은행은 2011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3조2000억 원을 주고 대우건설을 사들였다. 중흥 측이 제시한 인수가가 당시 인수가보다 1조 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라 배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매각이 성공적으로 완료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3년 전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8일 만에 해외 사업 부실을 이유로 인수 포기를 선언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흥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사업 부실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며, 일부 자금을 차입하더라도 내년 상환이 가능해 자금 조달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매각 절차 논란과 대우건설 내부 반발이 변수라고 보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매각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지 사흘 만인 이날 오후 5시 기준 5291명이 동의했다. 대우건설 임직원(5417명) 상당수가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