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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5000억 과징금 예고에 “생존 위협” 반발

입력 | 2021-07-07 03:00:00


해운업계가 5000억 원 이상 과징금이 매겨질 것으로 보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사 담합 조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8년부터 불거진 담합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담합으로 결론을 내리면 해운사들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이 부과된다. 공정위는 “해운사에 담합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해운업계는 “공정위 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5월 초 공정위는 동남아시아 항로에 취항하는 국적 선사 12개사와 외국 선사 11개사에 대해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통보했다. 과징금 규모는 동남아 항로 매출액의 8.5∼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업계는 5000억∼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3개 중견 해운사인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의 지난해 영업이익(약 2700억 원) 총액의 배가 넘는 금액이다.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목재업계는 해운사들이 컨테이너당 약 20∼40달러의 운임회복비용(각종 부대비용 인상으로 선사가 손실 보전을 위해 부과하는 추가 비용)을 부과하자 ‘해운사들이 일제히 비슷한 수준의 추가 운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정위에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해운사들은 목재업계 관계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상생협약 등을 맺었고 목재업계는 공정위에 해운사 고발을 취하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직원 인지 조사를 계속했고 3년이 지난 올 5월 중간 심사보고서를 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해운사 공동 행위가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점 △화주들과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던 점 △운임 관련 협의 및 신고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해운사들의 운임 관련 협의는 해운법 29조에 보장된 공동행위로 담합이 아니다. 국제 협약으로도 공동행위는 1800년대부터 이뤄진 절차로 세계적으로 공정거래법 적용의 예외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해운법 29조는 ‘운임, 선박 배치, 화물 적재, 기타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에 대해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운임 협의는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동이다. 공동행위에는 선사들의 입·탈퇴를 제한하고 있지 않고, 화주단체와 운임 협의도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운사들이 해운법 2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운임 관련 일부 절차를 위배했다는 지적이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 협의, 신고 등에 절차의 문제가 있으면 해운법에 규정된 과태료를 부과하면 된다”고 밝혔다. 112개 해운 업계 노사 및 시민단체들은 5일 부산 중구 마린센터에서 “최소 5000억 원에 달하는 공정위 과징금은 기사회생한 해운업을 고사시키는 행위이자 해운 재건이라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지역 항만 경제단체도 최근 “외국 선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로 외교 마찰과 국내 선사에 대한 보복 조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해운업계가 공정위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운임 관련 부속 협의를 하면서 해양수산부에 신고하지 않아 해운법이 정하는 절차를 충족하지 않은 점도 지적하고 있다.

공정위는 “동남아 항로와 관련한 과징금은 잠정적인 조치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선사 의견을 수렴하고 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