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로필 사진에 ‘국회 배경 슈퍼카’ 수산업자 김모 씨(수감 중)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2019년 9월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주차된 3억 원대의 빨간색 ‘페라리 488’(왼쪽 차)과 3억∼4억 원대의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 2’(오른쪽 차)를 찍은 사진이 공개돼 있다. 김모 씨 카카오톡 화면 캡처
수산업자 행세를 하며 100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모 씨(43)가 선물을 보낸 정치인과 검찰, 경찰 간부 등 27명의 명단을 경찰이 확보했다. 김 씨에게서 금품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A 검사와 B 총경, 전직 언론인 C 씨와 방송사 앵커 D 씨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았던 박영수 특검도 김 씨에게서 선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선물 등을 통해 유력 인사들과 거미줄 같은 인맥을 구축했다. 그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직원들에게 “내 배경에 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너희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도 된다”는 식으로 인맥을 과시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사기 행각이나 자신의 구명운동에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 검사는 김 씨에게서 고가의 시계 등 2000만∼3000만 원의 금품을 받았고, B 총경은 고급 벨트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전직 언론인 C 씨는 수백만 원 상당의 골프채를, 방송사 앵커 D 씨는 중고차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박 특검은 김 씨에게서 차량을 빌려 쓰고 렌트비로 현금 250만 원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지급 시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앞으로 경찰은 입건된 4명이 받은 금품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조사해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김 씨가 2017년 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과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김 씨의 형 집행률이 81%로 사면 기준에 부합했다”고 밝혔지만 피해자에게 합의금도 제대로 주지 않은 사기범을 풀어준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이 대폭 확대된 경찰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