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테러 선봉부대’ 영예 칭호 수여… 신장 위구르족 탄압문제 의식한 듯 獨-佛과 화상회담서도 美견제 발언… 獨佛정상, 신장-홍콩문제 우려 표명 中, 인권문제 관련 내용 빼고 발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위)이 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아래)와 화상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서로 대립하고 제로섬 게임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를 환영한다”고 했고, 메르켈 총리는 “대화를 강화해 이견을 줄이자”고 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장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특수부대에 영예 칭호를 수여하며 ‘적과 시련에 맞서 용감하게 전진하라’고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신장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하면서 압박하는 것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무장경찰 특수부대에 ‘대테러 선봉부대’라는 영예 칭호를 수여했다. 또 별도의 명령을 통해 인민해방군 전군이 이 부대를 본받으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공산당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하며 “적과 맞서 칼을 빼드는 용감한 기풍을 조성하고 전투 의지를 연마하며 시련에 맞서 용감히 전진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연설에서 “중국을 괴롭히면 14억 명으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날 것”이라고 서방국가들을 향해 경고한 지 나흘 만이다. 이날 영예 칭호를 수여받은 부대는 신장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검문검색과 연행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도 신장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를 비판했다. 이에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이 지역(신장)에서의 문제는 인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분열과 테러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장 지방정부도 5일 기자회견을 열고 12년 전 신장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는 폭동으로, 서방국가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관할하는 무장경찰 특수부대에 별도의 영예 칭호까지 수여한 것은 이 지역 문제에 관한 외세의 개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3국 정상의 화상 회담 후 중국 측 발표에는 인권 문제에 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 엘리제궁 관계자를 인용해 “인권 관련 논의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위구르족 탄압과 홍콩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중국의 인권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고 (신장에서의) 강제노동을 멈춰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