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공연전문 OTT ‘레드컬튼’ 월 9900원에 무제한 감상 서비스 공공극장 공연 ‘왓챠’ 등 배급 공연계 구독 경제 서비스 확대
공연업계에서 구독 경제의 싹이 움트고 있다. 아직은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규모가 미약하지만 팬데믹으로 공연장을 찾는 대신에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려는 팬들이 늘고 있다. 이에 공연계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오디오, 텍스트 등 여러 형태로 구독 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 론칭을 앞둔 공연 전문 OTT ‘레드컬튼’의 화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 ‘의자 고치는 여인’의 무대를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레드컬튼 제공
이상진 레드컬튼 대표는 “서비스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1000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면 정식으로 론칭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기작이 아니더라도 숨어 있는 명작을 발굴하는 창구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왓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배급한 경기아트센터의 뮤지컬 ‘유월’의 한 장면. 경기아트센터 제공
공연계에 구독 서비스가 전무했던 건 아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비대면 공연이 이어지면서 공연예술인들이 소규모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며 오디오, 텍스트 등으로 구독 실험을 해왔다. 극작가 동인 ‘괄호’는 자신들이 쓴 희곡을 오디오 드라마 형태로 제작해 웹에 공개하는 프로젝트 ‘듣는 희곡: 괄호에 귀대면’을 지난해부터 선보여 왔다. 5회 듣는 희곡 서비스를 받는 비용은 5만 원. 구독자는 150여 명이다. 희곡 메일링 서비스 ‘계간(季刊) 괄호’도 이들이 시작한 구독 실험이다. 서울 대학로의 연극인들이 모여 연극 부흥과 예술 대중화를 위해 만든 ‘플롯 레터’는 매주 2회 1400명에게 공연·전시 분야 소식을 무료로 전한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 공연 시장에서 구독 실험은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마니아 고객 확보는 기본이고 꾸준히 대상을 확장할 만한 매력 요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성 공연평론가는 “미국의 ‘브로드웨이HD’, 유럽연합(EU)의 ‘오페라비전’ 같은 공연 OTT 서비스는 수십만 원짜리 공연 티켓을 사는 대신 집에서 싼 가격에 공연을 볼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며 “고정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배급하고, 일반인까지 매력을 느낄 만한 요인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