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약 너도나도 ‘규제 강화’ 이재명 “조세부담 늘려 투기 억제… 감독원 설치-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이낙연 “땅부자 증세는 불가피… 토지공개념 3법 대표 발의할것”
더불어민주당 주요 대선 주자들이 공식 출마 선언을 마치자마자 앞다퉈 부동산 규제 공약을 꺼내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失政)으로 꼽히는 부동산정책의 보완 없이는 대선 승리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정작 여권 주자들의 정책 방향은 공급 확대보다 규제 강화로 쏠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동산시장법 제정 토론회’에 참석해 “비필수 부동산의 조세 부담을 늘려 투기 가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며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보유세 부담을 국가가 일반 예산으로 쓰지 않고 온 국민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면 그게 곧 기본소득”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감독원(가칭) 설립 △부동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불공정 거래와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담은 부동산시장법 제정을 촉구했다. 모두 시장 규제 강화와 연관된 것들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종부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택지소유 부담금, 개발이익 환수금 등을 강화해 이를 지역 균형발전과 청년 주거복지 사업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반반씩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권 일부 주요 주자들이 규제 강화 위주 공약을 내놓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최근의 집값 급등은 정부 정책 부작용과 무관치 않다”며 “기존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여당 주자들은 오히려 기존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보유세-토지공개념 도입”… 주택 공급보다 규제에 방점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은 부동산 문제인가.”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TV토론에서 8명의 주자는 이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상호 난타전 와중에 8명의 주자 전원이 한목소리를 낸 건 이 질문이 유일했다. 그러면서도 여권 일부 주요 주자들은 정작 부동산정책으로 규제 일변도의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문제의 진단부터 잘못된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낙연, 이재명 앞다퉈 ‘세금 강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공식 출마 선언 뒤 첫 정책 행보로 부동산 세금 부담 강화를 들고 나온 것. 세금을 주거복지에 쓰자고 제안한 이 전 대표에 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기본소득의 일부 재원으로 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이날 ‘부동산시장법 제정 토론회’에 참석해 “비(非)필수 부동산은 보유가 부담이 되도록, 심하게는 손실이 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거주용이나 업무용을 제외한 부동산에는 세금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 지사는 금융감독원과 비슷한 성격의 부동산감독원(가칭)을 국토교통부 산하에 설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여권 주자들이 대선 공식 레이스 시작부터 부동산정책을 꺼내든 건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 여권 지지층 의식해 규제 위주로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은 민주당은 세제 완화에 착수했지만 정작 여권 주자들은 이마저도 반대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상위 2%로 제안한 민주당 당론에 대해 “지금처럼 보유세를 낮추면 안 된다. ‘상위 몇 퍼센트’ 이렇게 비율을 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공급 정책은 후순위가 돼야 한다. 공급을 먼저 이야기하면 부동산 가격 정상화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여권 주자 가운데 공급 주택 수 제시를 통한 구체적인 공급 대책을 약속한 건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 정도다. 정 전 총리는 “공공과 민간을 합해 5년 동안 280만 호를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고, 박 의원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에 통폐합하고, 그 부지에 20만 호의 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정책 모두 실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다. 또 다른 주자들도 이날 TV토론에서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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