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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작은 ‘최저 주거면적’ 기준 바꿔야

입력 | 2021-07-07 11:59:00


우리나라의 최저 주거면적 기준이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원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주거 면적이 줄어들면서 이들 국가와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21년 주거종합계획’에서 공공임대주택의 품질혁신을 주요 과제로 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살기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1년 이후 유지돼온 최소 주거면적 기준과 LH 등이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의 규모를 상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일본보다 작은 최저 주거면적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산하 연구기관인 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LH형 적정 주거공간 설정 연구’를 발행했다.

이번 연구는 LH가 법적으로 85㎡(전용면적 기준) 이하 규모의 아파트까지 공급할 수 있지만, 대부분 60㎡ 이하 범위에서 임대주택을 개발·공급하는 데 주력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됐다. 1인 가부부터 가족세대, 청년부터 고령자까지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택 상품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우선 최저 주거면적 기준의 상향 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 수요조사 등을 통해 선정한 적정면적과 현행 주택법의 최저 주거면적이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연구원이 산출한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아파트의 적정 규모는 32.6㎡다. 하지만 주택법 상 1인 가구 최저 주거면적은 14㎡로, 무려 18㎡의 차이가 발생했다. 또 가구원이 늘어날수록 적정 규모와 법정 최저 주거면적의 격차는 커졌다.

국내 최저 주거면적 기준은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면서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이른바 ‘30-50클럽’에 속한 곳들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 기준으로 이탈리아가 14㎡로 한국과 동일했고, 영국(38㎡)과 일본(25㎡)은 11~24㎡의 차이가 났다.

더 큰 문제는 가구원 수가 늘어날수록 최저 주거면적 기준 격차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2인 가구 26㎡ △3인 가구 36㎡ △4인 가구 43㎡ △5인 가구 46㎡ △6인 가구 55㎡로 커진다.

반면 영국은 △2인 51.5㎡ △3인 63.0㎡ △4인 72.0㎡ △5인 88.5㎡ △6인 97.5㎡로 가구원이 늘어날 때마다 10㎡ 이상씩 면적이 증가하면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1인 가구 면적이 한국과 같았던 이탈리아도 △2인 28㎡ △3인 42㎡ △4인 56㎡ △5인 66㎡ △6인 76㎡로 커졌다. 일본도 △2인 30㎡ △3인 40㎡ △4인 50㎡로 늘어나며 한국과 격차를 벌렸다.

연구원은 “최저 주거면적 기준은 일종의 정책 지표”라며 “지난 10년 간 1인당 주거면적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최저 주거면적 기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최저 주거면적 기준 산정방식도 바꿔야
연구원은 LH 임대주택의 규모 상향 조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번 연구를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대부분의 응답자가 LH가 공급하는 주택 규모보다 넓은 규모의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주택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는 주택규모 설정은 공공주택에 대한 불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중산층을 위한 중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 추진 계획과 주택시장 등을 반영해 LH 주택 규모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또 침실 거실 화장실 등 단위 공간의 적정 규모를 반영해 주거면적 기준을 산정하는 방식도 도입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독립된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고려한 최소면적을 보장하면서 주거의 질적 수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주택 내 개별 공간의 적정면적을 제안하거나 최소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연구원은 거주인수를 기준으로 최저 주거면적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표준가구를 구성한다는 전제를 깔고 세대인원별 최소 주거면적을 산정하고 있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거주인수별 필요 면적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전 연령대에서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고려할 때 인구가구구조변화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주거면적 기준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 올해 임대주택 고급화 중점 추진
이번 연구결과는 정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달 말 개최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2021 주거종합계획’에서 임대주택 고급화를 주요 추진 과제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중점 추진과제 4가지 가운데 ‘주거복지로드맵의 양적·질적 성과 확산’을 맨 앞에 두고, 세부 실천과제 가운데 하나로 공공임대주택의 품질혁신과 노후 재고 관리를 선정했다.

여기에서 제시된 주요 사업이 ‘살기 좋은 임대주택 공급’이다.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중형 임대주택(전용면적 60~85㎡ 이하)을 신규 도입하고, 비중을 점차 확대해 2025년까지는 연 2만 채 이상 공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주요 마감재 품질을 분양주택 수준으로 높이고, 하자 관리 강화와 창의적 설계와 디자인을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