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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자신감 보이던 靑 “속이 새카만 숯 돼가고 있다”

입력 | 2021-07-07 17:33:00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의 속은 정말 새카만 숯이 돼 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1212명을 기록한 7일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MBC 라디오에서 이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소비 쿠폰 등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전방위적인 내수 보강 대책을 추진해달라”고 말한 지 9일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4차 대유행 진입 수순에 접어들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수도권 방역 강화 회의를 긴급 주재하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시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역학조사 확대를 통해 신속하게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접촉자를 확인하기 위해 지자체 역량을 확충하라”며 “생활 치료센터를 확충하고 병상 상황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방역지침 위반하면 (운영을 10일간 중단하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라”고도 했다.

확진자가 20, 3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 고령층부터 50대까지 접종 대상이 연령별로 내려왔으나, 활동성이 높은 젊은층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이런 의견을 종합해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확진자 발생 상황에 따라 계획을 바꿔 젊은층부터 접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여름 휴가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을 우려했음에도 청와대와 정부가 이런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계획을 섣불리 발표해 방역의 긴장감을 떨어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만 해도 “방역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지쳐 있으니 이번 여름휴가 때는 방역과 휴식의 조화를 이뤄달라”고 했다. 최근 4주간 매주 확진자가 전주 대비 10%씩 증가했음에도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은 “과감한 소비 진작 방안을 시행할 필요가 잇다”고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방역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민생경제를 중심으로 한 서민들의 삶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