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이른바 ‘셧다운(봉쇄)’ 수준의 방역 강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방역 조치다. 그만큼 실제 적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를 놓쳐 더 큰 고통을 겪기보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서울만이라도 선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 서울은 곧 ‘셧다운’ 기준 넘어설 듯
정부는 검토 중인 강력한 방역 조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단계를 말한다. 정부는 4단계의 정의를 ‘대유행으로 확산돼, 퇴근 후 바로 귀가하고 외출 금지 필요’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 4단계가 적용되면 사적 모임에는 지금처럼 4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오후 6시 이후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직계가족에 대한 예외조치도 없어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인구 10만 명당 1주일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가 4명이 넘은 채로 사흘 이상 유지되면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해 4단계 격상을 검토할 수 있다. 해외 유입 확진자는 계산에서 뺀다. 서울만 놓고 보면 4단계 기준은 389명이다. 7일 기준 최근 1주일 평균 확진자는 356.7명이 됐다. 8일에도 서울에서 600명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 4단계 기준을 웃돌게 된다.
만약 4단계로 격상돼도 앞서 해외에서 취했던 완전 봉쇄 수준은 아니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 명이 넘자 한 달간 식당과 주점의 문을 완전히 닫았다. 이탈리아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을 금지하고, 건강이나 업무상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낮 시간 외출도 제한하는 조치를 두 차례 실시했다.
● “방역 강화 늦으면 비수도권도 위험”
하지만 이번 유행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 후유증이 길게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내 확진자 중 절반이 나오는 서울부터 선제적인 4단계 적용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2, 3일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 4단계 적용은 빠르고 강할수록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간 축적된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보면 방역 강화는 한 발 빠르게, 완화는 신중하게 해야 유행세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방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수도권의 거리 두기도 한 단계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인 우리나라에서 특정 지역만 방역 수준이 크게 높으면 다른 지역에서 유흥을 즐기는 ‘풍선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수도권의 지난 주말(3, 4일) 이동량은 3147만 건이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